최규 대전 서구의원. 대전 서구의회 누리집 갈무리
대전의 한 구의원이 추가경정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구의회 회기 중에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려고 출국했다 돌아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규 대전 서구의원은 지난달 23∼25일 휴가를 내고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카타르로 출국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한 뒤 30일 귀국했다. 서구의회는 지난달 1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정례회를 진행하고 있다. 최 의원이 휴가를 떠난 23∼25일 소속 상임위인 도시건설위원회는 행정 보충 감사와 추경 예산안 심사를 했다. 최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맡고 있는데, 애초 30일로 예정된 예결위 추경심사 일정은 최 의원의 출국 이틀 전 취소됐다.
최 의원이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회기 중 휴가를 내고 사라지자 그 이유를 두고 지역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 “(최 의원과) 동료 의원들조차 연락되지 않는데 이쯤 되면 경찰에 행방불명 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카타르 출국’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지난 1일 예결위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고, 친분이 있던 주한 카타르 대사·부대사로부터 월드컵 경기 초대권을 받아 카타르를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예결위 일정은 취소한 것은 추경 규모가 작아 일정을 줄여도 될 것으로 판단한 것뿐이지 카타르 출국과는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자 최 의원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최 의원이 친분이 있는 대사의 찬스로 월드컵 티켓을 얻어 주민 예산은 내팽개치고 카타르 현지로 월드컵 응원을 간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최 의원이 정례회기 중 8일 동안 무단 잠적으로 주민 예산 심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됐다. 구민과 시민에게 석고대죄하고 의원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열린 예결위 회의에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공식 해명을 요구하자 최 의원은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은 “정례회 기간에 출국해 개인적으로 월드컵 경기를 보고 온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동료 의원에게 사과할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하고, 구의회 차원의 징계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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