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어깨매가 지난 8일 세종시 장남평야에서 들쥐를 사냥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활짝 핀 검은색 첫째날개덮깃(주익우)을 접는가 싶더니 쇠뭉치 떨어지듯 쏜살같이 내리꽂더군요.”
11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8일 세종시 장남평야에서 본 검은어깨매의 사냥 장면을 이같이 전했다. 검은어깨매는 15~20m 상공에서 정지비행(호버링)을 하다 들쥐를 덮쳤다. 나일환 장남평야 지킴이는 “머리·몸통이 하얗고 날개 깃이 검지 않았으면 황조롱이로 착각할 만큼 사냥법이 황조롱이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수리류인 검은어깨매(검은죽지솔개)는 35㎝ 안팎으로 비둘기보다 2~3배 정도 크며, 눈이 붉고 머리·겨드랑이 깃·날개 앞은 희고 어깻죽지가 검다. 또 발가락이 앞쪽과 뒤쪽에 각각 2개씩 있어 앞쪽에 3개, 뒤쪽에 1개가 있는 수리류의 특징과 다르다고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다.
검은어깨매가 장남평야에서 관찰되기는 지난 2019년 이후 두 번째다. 이 새가 흔치 않은 것은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중동·호주 등에서 서식하는 아열대 종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서울 강서생태습지공원에서 처음 목격된 뒤 전남 신안, 전북 군산, 경기 평택 등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관측됐다.
세종 장남평야에서 관측된 검은어깨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장남평야에서 희귀조류가 월동하는 것은 장남평야의 생명력과 보전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환경부와 세종시는 조속히 장남평야를 겨울 철새 주요 월동지로 지정해 희귀조류를 보살피고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먹잇감이 풍부해서인지,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이지 명확지 않지만 검은어깨매가 무사히 월동하고 다시 찾게 하려면 장남평야를 보호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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