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권비상행동 등이 지난해 12월29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기구와 청소년 기관을 반인권세력에 넘겼다”며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인권센터에 이어 대전과 세종시의 청소년 교육·상담 기관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성소수자 혐오 단체가 운영을 맡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 12월21일 세종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청소년활동시설(조치원·반곡)을 운영할 새 민간위탁 기관으로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을 선정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들의 심리·진로 상담, 심리검사·교육, 찾아가는 학교상담, 청소년동아리 지원, 위기 청소년 긴급구조 등의 활동을 하는 기관으로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설치됐다. 청소년활동시설은 청소년의 여가 활동과 교육을 지원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12년(청소년상담복지센터)과 2014년(청소년활동시설) 개소 때부터 한국청소년진흥재단 세종시지부가 수탁 운영해왔으나, 이번에 운영자가 대전에 있는 넥스트클럽으로 바뀌었다.
넥스트클럽은 대전 동구 자양동 주가사랑하는교회의 남승제 목사가 대표로 있는 청소년 교육 단체로 2011년 출범했다. 지난해 11월엔 청소년 성교육을 담당하는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의 새 수탁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 목사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동성애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공공연히 내온 인물이다. 그는 2021년 10월 한 강연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정상이라고 교과서가 바뀐다. 동성애 성관계를 어떻게 하는지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라며 “동성애 반대 운동을 하다 보면 창끝이 공산주의, 반(문재인)정부로 간다. 그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넥스트클럽은 우리의 자녀들을 하나님의 순교 제물로 바치기 위해 자녀의 이름을 부르고 기도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에 이어 세종시까지 청소년 기관의 새 수탁자로 보수 성향의 종교단체를 선정하자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대전시는 대전시인권센터의 새 수탁기관으로 차별금지법 반대와 동성애 혐오 조장에 앞장서온 한국정직운동본부를 선정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전시인권센터장으로 내정된 김영길 목사(바른군인권연구소장)는 자신의 저서인 <인권의 딜레마>에서 “양날의 칼처럼 인권을 가까이 두지만, 가까이할수록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된다. 이에 인권을 분별하며 적용해야 하고 구분하며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전인권비상행동 등은 지난 12월29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넥스트클럽과 한국정직운동본부의 수탁기관 선정과 관련해 “국제인권기구들이 수십차례 제정을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평등은 기독교적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며 반인권적 활동을 한 단체”라며 “대전·세종시장은 권력만 잡으면 뭐든지 맘대로 해도 된다는 특권의식에 찌들어 자치와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최근 낸 성명에서 “넥스트클럽은 표면적으로 청소년을 위한 종교단체로 보이지만 동성애 반대, 성소수자 혐오, 혼전 순결 강조, 금욕 생활 주장, 차별금지법 반대, 학생인권법 반대 등 정치색 진한 편향적 단체”라며 “어떻게 이런 단체를 선정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청소년 기관 위탁 철회를 촉구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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