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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에 쓰러져있던 ‘농약 중독’ 독수리, 2주 만에 다시 자연으로

등록 2023-02-20 16:17수정 2023-02-20 16:30

해독 치료로 회복하고 2주 훈련 뒤 방생
“독수리는 죽은 사체 먹는 청소 동물…
농약 먹고 죽은 동물 먹을 때 중독 가능성”
20일 세종시 전동면 보덕리에서 자연 방사한 독수리가 날아오르고 있다. 이 독수리는 지난 27일 같은 장소에서 농약에 중독된 상태로 발견돼 구조·치료 받았다. 세종시 제공
20일 세종시 전동면 보덕리에서 자연 방사한 독수리가 날아오르고 있다. 이 독수리는 지난 27일 같은 장소에서 농약에 중독된 상태로 발견돼 구조·치료 받았다. 세종시 제공

지난달 27일 세종시 전동면 보덕리의 한 야산 초입에 독수리 한 마리가 힘없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지나가던 마을주민이 가까이 다가가도 독수리는 움직이지 못했다. 독수리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직감한 마을주민은 바로 세종시 민원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세종시로부터 신고를 전달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세종야생동물구조단은 독수리를 구조해 충남 예산에 있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겼다.

구조센터의 의료진은 독수를 상태를 보고 바로 ‘농약 중독’을 의심했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독수리를 처음 봤을 때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침을 흘리고 설사를 하고 있었다. 엑스-레이(X-Ray)를 찍었는데, 소낭에 소화하지 못한 먹이가 가득했다. 농약 중독이라고 판단해 바로 치료를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의료진은 강제로 음식을 게우게 한 뒤, 독수리에게 수액과 약물을 투입했다. 해독 치료 뒤 독수리는 빠르게 회복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의료진들이 27일 농약에 중독된 채 세종시에서 발견된 독수리를 치료하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의료진들이 27일 농약에 중독된 채 세종시에서 발견된 독수리를 치료하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회복 뒤 2주 동안 비행 훈련한 독수리는 20일 오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 방생은 독수리가 발견된 장소 인근에서 이뤄졌다. 세종시에서 독수리가 구조된 것은 2021년 1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독수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고 ,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243 -1호이다 .

김 재활관리사는 “수리과 맹금류에 속하는 독수리는 사냥 대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이다. 먹이가 되는 동물이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는 독수리의 생사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안이다. 누군가 쏜 납탄을 맞고 죽은 동물을 먹으면 납 중독에, 농약을 먹고 죽은 동물을 먹으면 농약 중독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독수리는 특히 농약 중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에는 현재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없다. 대신 2019년부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와 협약을 맺고 민간 구조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구조된 야생동물은 약 300마리다.

유재연 세종시 동물위생방역과장은 “세종시는 지리적 특성상 도시와 평야, 농경지, 하천 등 자연환경이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며 “야생생태계 보전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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