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충청

“아 아, 면장입니다…논두렁 태우다 큰일나유” 방송 효과 만점

등록 2023-02-21 15:18수정 2023-02-21 15:37

권순문 충북 영동군 양산면장의 산불 예방 홍보 방송
과태료 엄포 놓다가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훈훈한 마무리
정감 있는 방송 덕에 “소각행위 싹 사라져” 호평
산불 예방 방송 연습 중인 권순문 영동군 양산면장. 영동군 제공
산불 예방 방송 연습 중인 권순문 영동군 양산면장. 영동군 제공

“아아, 면장입니다. 아버님·어머님 눈·밭두렁에 불 놓지 마세요. 산불 나면 큰일 납니다.”

권순문(58) 충북 영동군 양산면장의 산불 예방 홍보 방송이 화제다. 양산면 주민들은 매일 저녁 6시가 되면 집집마다 있는 방송 설비를 통해 권 면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권 면장은 지난 8일 면 이장 협의회에서 마을 12곳의 이장들이 산불 예방 방송을 제안하자 지난 13일부터 방송에 나섰다.

권 면장은 수차례 연습 끝에 마이크를 잡았다. 원고는 직접 쓴다. 권 면장은 방송에서 “산림 100m 이내에선 절대 불을 피우지 마십시오. 옛날 생각으로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고춧대·폐비닐 등을 태우다 큰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는 “산림 연접지 100m 이내에서 소각행위 적발 시 최고 1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엄포도 놓지만,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는 훈훈한 인삿말로 방송을 마무리한다.

권 면장은 방송이 가능한 관용차를 타고 마을 곳곳을 돌며 가두방송을 하기도 한다. 주민 김아무개(83)씨는 “날마다 면장의 방송을 듣는다. 면장 때문에 주민들이 소각행위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웃 보은에서 나고 자란 권 면장은 지난 1990년 6월 영동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양강면장·영동군 도시건축과장 등을 거쳤다. 권 면장은 “우리 면은 전체 인구(1787명)의 절반 가까운 858명이 65살 이상 노인이다. 작은 실수가 큰 산불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방송에 나섰는데 반응이 좋다. 어르신들의 귀에 박히도록 좀 더 재밌고, 정감있는 방송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