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도 충북 의병항쟁…‘충북독립운동사’ 나와

1권 펴낸 충북도지편찬위 박걸순 위원장
“숨은 의병 찾아내는데 관심·지원 필요”

박걸순 <충북독립운동사-1.의병항쟁> 집필위원장. 오윤주 기자

을미년(1895년) 음력 11월15일 모든 성인 남성은 상투를 자르라는 단발령이 내려졌다. 조선의 정체성을 흔들려는 조처에 특히 선비들의 충격이 컸다. 이에 선비들은 ‘화서학파’의 중심으로 부각한 충북 제천으로 몰려들었고, 변란에 대처할 의병 ‘호좌의진’(제천의병)을 꾸렸다. 단발령 18일 만이었다. 호좌의진은 이후 전국 의병 활동을 주도했다.

<충북독립운동사-1.의병항쟁>. 충북도 제공

<충북독립운동사-1.의병항쟁>이 27일 나왔다. 충북도의 지원으로 ‘충북도지편찬위원회’가 주도한 <충북독립운동사>는 2028년까지 이어질 충북독립운동사 정리 대장정의 출발점이다. 충북도지편찬위원회는 앞으로 5년 동안 충북지역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를 편년·주제별로 정리해 나갈 참이다. 올해 ‘충북의 애국계몽운동과 1910년대 독립운동’에 이어, ‘3·1운동’(2024년), ‘국외지역 항일투쟁’(2025년), ‘사회운동’(2026년), ‘항일사적’(2027년), ‘독립운동가 열전’(2028년) 등을 차례로 발간할 예정이다.

충북독립운동사의 출발점이 될 <의병항쟁>은 박걸순(64) 충북대 사학과 교수가 집필위원장을 맡아 주도했다. 박 위원장은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충북의 독립운동사를 정리하고 알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독립운동과 역사인식>, <한국사의 계보>, <충북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 등의 책을 내는 등 평생 충북지역과 독립 운동연구에 몰두했다.

박 위원장과 함께 구완회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박민영 원광대 원불교 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김호진 충북대 사학과 박사 등이 참여했다.

책은 전기 제천의병, 중기 단양·영동의병, 후기 이강년(충청·경상·강원)·한봉수(청주) 의병부대, 의병 해산과 연해주 등 국외에서의 새로운 시도 등 충북 의병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박민영 연구원은 “충북 의병은 지역에 뿌리를 내린 화서학파를 중심으로 전·중·후기까지 꾸준히 이어졌으며, 규모·교전횟수·파급·영향 등으로 볼 때 전국 의병을 대표하고 선도했다”며 “지리적으로 국토의 중심이어서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했고, 이후 빼어난 의병 지도자가 지속해서 배출되면서 독립운동의 가교 구실을 했다”고 밝혔다.

책은 충북지역 의병 161명 현황도 정리했다. 의병은 충북 독립유공자 573명(2022년 10월 기준)의 28%다. 박 위원장은 “독립운동사 정리와 더불어 숨은 의병 등을 찾아내고 선양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치단체·학계 등의 관심·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