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 미원면 용곡리 이장(산골마을 빵 대표)이 지난 2021년 11월 직원들과 갓 구운 빵을 보인다.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 도심에서 20㎞ 남짓 떨어진 미원 읍내엔 ‘미원 산골 마을 빵’이 있다. 문 연 지 2년 남짓이지만 “산골 마을 빵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유명하다. 한 달 평균 2천여만원어치가 팔린다. 이곳에선 마을 학생·주부·노인 등 10여명이 일한다. 해마다 10~15t 안팎의 밀을 쓰는데, 모두 이 지역 농민들이 농사지은 것이다.
젊은 이장 김희상(50)씨가 한적한 시골 마을의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서울 토박이 김 이장은 농민운동을 하다 미원으로 귀농한 뒤 2009년부터 15년째 미원면 용곡리 이장으로 일한다. 2021년 1월 빵집을 열고 대표를 맡았다. 빵집은 주민 등 50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마을기업으로 성장했다. “벼농사만으로 먹고 살기 힘겨워 빵집을 시작했는데 알음알음 알려져 유명해졌다”며 “제법 팔리고, 일자리도 생기고, 밀 농사도 늘었지만 자리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김 이장이 주도한 산골 마을 빵은 2021년 농촌진흥청이 진행한 가공상품 마케팅 경진 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장은 농촌 등 마을에서 마을 심부름꾼이자, 리더 구실을 한다. 전국엔 이장 3만7659명이 있으며, ‘도시 이장’으로 불리는 통장 6만472명이 일한다. 이들은 다달이 활동보상금 30만원을 받고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김 이장은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장이 잘하면 마을이 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마을에선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이라며 “이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맞춤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7일 옥천군 이원면 아름드리 이장학교가 문을 열었다. 아름드리나무 처럼 주민의 버팀목이 되자는 뜻을 담은 학교는 이원면의 28개 마을 이장이 참여한다. 이날 오후 개강식에 이어 장수찬 목원대 교수가 ‘경험을 통한 이장의 활동과 역할,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장 교수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하신리 이장을 지낸 바 있다.
이장학교 강의는 다음 달 말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4~6시 열리는데 내용이 알차다. 마을 규약·마을 운영 등을 익히려고 전남 곡성 죽곡면을 찾고, 공원·정원 조성을 위해 맑음터공원과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을 탐방할 참이다. 김영환 충북지사 등 특강도 준비한다. 조성기 이원면 이장협의회장은 “주민이 행복하고 활력 넘치는 이원면을 만들려고 학교에 나왔다. 마을 자치 규약 정비 등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