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7일 오후 옛 청주시청 본관 철거에 나선 중장비 앞에서 철거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공
청주시가 옛 청주시청 본관 철거에 들어갔으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몸으로 막아서면서 작업은 중단됐다. 충돌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7일 “문화재청과 부분 보존 협의가 마무리돼 본관 철거 공사를 시작한다. ‘청주시청사 구본관동 논의 협의체’ 제안에 따라 본관동 난간, 와플 슬라브 구조 등을 이전·보존한 뒤, 추후 설계 공모 때 신청사와 조화를 고려해 구체적 보존 방법 등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주시는 지난 1월부터 5차례에 걸쳐 문화재·역사·건축·구조 등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협의체와 본관동 보존 등을 논의했다. 협의체는 △본관동 1층 로비 △와플 슬라브 구조(기둥 보)와 연결되는 일부 파사드 3층까지 보존 △기록화 사업 등을 제안·권고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협의체에 문화재위원·전문위원 등 3명을 추천했고,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체 권고를 존중한다”며 “옛 청주시청 본관은 등록문화재가 아니어서 철거·보존 등과 관련해 문화재청은 강제권이 없다”고 밝혔다.
그간 문화재청 쪽은 청주시에 옛 시청 본관 보존과 문화재 등록을 권고해왔다. 이날 철거는 문화재청이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났다는 의미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문화재청이 정치적 판단에 휘둘려 뒷심을 잃었다. 옛 청주시청 본관 보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문화재청은 존재 이유가 없음을 명심하라”고 꼬집었다.
청주시의 철거 강행에 충북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철거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곧장 철거 작업에 몸으로 막아섰다. 오후엔 같은 장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선영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시민과 소통을 거부하고 강행하는 철거를 몸으로라도 막겠다. 합리적인 보존 방안, 공론화 요구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몸싸움 등은 벌어지지 않았다.
1965년 강명구 건축가의 설계로 건축한 옛 청주시청 본관. 청주시 제공
옛 청주시청 본관은 민선 8기 이범석 청주시장이 들어오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이 건물은 1965년 강명구 건축가의 설계로 연면적 2001.9㎡, 3층 콘크리트 슬래브 구조로 지었다가 1983년 4층을 증축했다. 김태영 전 청주대 교수(건축학)는 “옛 청주시청 본관은 건축학적·미학적·역사적으로 평가돼야 할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노르웨이 건축가 로버트 그린우드가 설계한 청주시청 새 청사 조감도. 당시 이 작품은 옛 청주시청 본관(노란 동그라미 안)을 안는 듯한 설계로, 국내외에서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는 민선 7기 때인 2018년 보존 결정을 했으며, 2020년 7월 국제 설계 공모로 노르웨이 건축가 로버트 그린우드(스뇌헤타 소속)의 설계를 당선작으로 정하고 설계 공모 시상금 등 97억원을 설계비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장 취임 뒤 새 청사 건립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청주시는 지난해 10월 옛 청주시청 본관이 왜색 논란 등으로 문화재 등록에 적합하지 않고, 오래되고 낡아 안전도가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철거 방침을 정했다. 설계 재공모에 나서는 등 새 청사 건립 방향도 수정했다.
청주시는 옛 청주시청 본관 등을 철거하고 주변 청주병원 터 등을 사들인 뒤, 2028년까지 이 일대 6만3000㎡에 3200억원을 들여 새 청사를 지을 계획이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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