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22일 태안 안흥진성을 방문해 가세로 태안군수(오른쪽)에게 현황을 듣고 있다. 태안군 제공
40여년 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온 충남 태안군 안흥진성과 백화산을 개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권익위원회가 현장을 방문했다. 태안군민의 숙원이 이뤄질지 관심을 끈다.
태안군은 지난 22일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안흥진성과 태안읍 백화산·삭선리 군사시설 등을 방문해 군사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지역 의견을 청취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현장 방문은 지난 10일 태안군개발위원회가 군민 1만9554명이 서명한 ‘안흥진성 등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민원을 국민권익위에 제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로, 군·문화재청 관계자도 동행했다고 군은 덧붙였다.
안흥진성은 조선 선조 11년(1583년)에 서해안 방어용으로 쌓은 성벽 높이 3.5m, 둘레 1714m 규모의 석성으로, 성의 유구가 비교적 잘 남아있는 등 보존상태가 좋아 2020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인근인 신진도에서 19세기에 이 성에서 근무한 60여명의 군적부가 발견되기도 했다. 백화산(284m)은 태안의 진산으로, 서해를 배경으로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능선이 아름답고 기슭 큰 바위에 백제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안 마애삼존불(국보 제307호)이 새겨져 있다.
김 부위원장은 가세로 태안군수, 최근웅 태안군개발위원장 등과 안흥진성 등 현장을 둘러본 뒤 근흥면사무소에서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나눴다. 태안군은 안흥진성은 군사정권 시절이던 1976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강제로 토지를 수용해 부당하게 점유했으며, 성벽의 43%인 777m는 철책으로 둘러쳐져 관리 부실로 동문과 성벽이 붕괴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백화산은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하지만 60여년 동안 군사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 군민들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백화산성 성벽의 40%는 군부대 안에 있어 관리가 어렵고 태안 마애삼존불은 차량 통행으로 훼손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또 삭선리 군사시설은 1950년대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해 70여 년째 토지주·경작인들의 재산권 피해가 누적됐고 군사보호구역이어서 농공단지나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현장 방문과 의견 청취를 마치고 조사 등 절차를 거쳐 처리 방향이 결정되면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세로 군수는 “태안 발전과 군민 재산권 보호를 위해 이들 지역의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가 필요하다. 국민권익위가 태안군민의 염원이 헛되지 않도록 조처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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