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티에스(BTS) 뮤직비디오 ‘에필로그: 영 포에버’ 영상 갈무리.
비티에스(BTS)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뜬 옛 제천비행장이 시민 품에 안긴다. 시민들의 바람에 제천시가 응답했다.
충북 제천시는 옛 제천비행장 터를 사들여 공원·숲·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제천시가 최근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시민 71.1%가 옛 제천비행장 터 매입에 찬성했다. 앞서 제천비행장 찾기 범시민추진위원회는 2021년 10월 제천비행장 터를 돌려달라는 시민 6만1천여명의 청원서를 국방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제천비행장은 1950년대 제천시 모산·고암동 일대에 17만1893㎡(5만2천여평) 규모로 만들어진 뒤 항공 훈련장으로 쓰였다. 하지만 30㎞ 남짓 떨어진 충주·원주에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쓰임이 크게 줄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한 민간항공사가 서울~제천을 오가는 경비행기 취항을 타진하다 뜻을 접기도 했다. 그러다가 1975년에 길이 1180m, 너비 24m의 활주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재정비해 항공작전 기지로 활용했고, 헬기 이착륙 훈련이 틈틈이 이뤄졌다.
시가지가 확장되면서 비행장 주변에 2만3천여명이 사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지만, 국방부 땅이라 손을 대지 못하다가 2004년 제천시가 국방부와 협의해 4만1천㎡에 꽃밭 등을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했다.
비행기가 뜨지 않는 비행장이었지만 2016년 비티에스의 ‘에필로그: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떴다. 비티에스의 자취를 느끼려는 국내외 관광객이 줄을 이었고, 지난해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주 무대로도 활용됐다.
옛 제천비행장 터. 제천시는 이곳을 사들여 시민의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제천시 제공
제천시는 다음달 제천비행장 활용을 위한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국방부·기획재정부 등과 터 매입을 위한 협의에 나설 참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곳은 지난해 개별공시지가로 409억원이었으며, 감정 평가를 하면 600억~7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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