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쓰레기매립장 인근에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혐오 시설과 인접해 활용이 어려운 땅을 골프장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더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는 유성구 금고동 일원에 최소 18홀 규모의 ‘친환경 공공형 골프장’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총 1500억원을 투입하는데, 골프장 조성비 650억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골프장 활성화 사업’에 응모해 국비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골프장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운영 중인 제1쓰레기매립장과 앞으로 들어설 제2매립장, 이전 예정인 하수처리장 사이 약 121만㎡(약 36만6700평) 규모의 땅에 ‘18홀 플러스알파(α)’ 규모로 만든다. 골프장 용지의 55%는 국공유지이고 나머지는 사유지인데, 용지의 절반 정도(45%)가 환경평가 2등급지로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활용할 수 있다. 5개 등급으로 구성된 환경평가 등급은 1등급에 가까울수록 보전가치가 높고, 5등급에 가까울수록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이다.
대전시가 이곳에 골프장을 짓겠다며 밝힌 사업 추진 이유는 ‘골프 대중화’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친환경 골프장 조성 계획은 시대와 환경 변화를 반영한 실질적 골프 대중화와 사회적 저변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시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골프장을 몇 홀 규모로 할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골프장이 조성될 유성구 금고동은 쓰레기매립장과 음식물자원화시설, 바이오에너지센터가 들어서 있고, 제2쓰레기매립장 신설과 하수처리장 이전 설치를 앞둔 환경시설 밀집 지역이다. 권준경 대전시 환경정책팀장은 “골프장 설치를 결정하기까지, 쓰레기매립장과 가까워 재산권 행사를 못 하고 오랫동안 피해를 본 땅 주인과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있었다”고 했다. 제2매립장까지 들어서게 되면 매립장 사이의 땅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가 어려워지니, 정부가 추진하는 골프장 활성화 사업에도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금고동에 친환경 골프장을 조성하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전시 결정에 시민단체들은 반발한다. 이들은 대전시가 내세운 ‘친환경 골프장’이란 말 자체에 거부감을 보인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내어 “친환경 골프장이라 하지만 전국적인 추세로만 봐도 골프장 농약 사용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이 가뜩이나 매립장과 음식물쓰레기처리장이 발생시키는 악취로 고통을 호소하는데, 여기에 골프장이 들어서고 제2매립장까지 완공되면 주민들은 악취뿐 아니라 골프장 농약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환경부의 골프장 농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1년 기준 전국 545개 골프장에서 농약 213t이 사용됐는데, 2020년(541개 골프장에서 202t 사용)보다 5.4%(11t) 늘어났다. 골프장 1㏊당 농약 사용량도 2019년 5.98㎏, 2020년 6.85㎏, 2021년 7.18㎏으로 해마다 늘었다.
개발을 하더라도 골프장보다는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쓰레기매립장 위에 조성됐던 서울 난지도 골프장의 경우 쓰임새를 놓고 갈등을 겪다 결국 가족공원(노을공원)으로 바뀌며 모두에게 개방됐다.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골프는 아직 선택적으로 제한된 사람들이 이용하는 스포츠인데, 그것을 하는 일부의 사람들을 위해서 15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이 있다”며 “환경문제가 있는 지역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역사회가 같이 머리를 맞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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