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 요원들이 11일 낮 충북 청주시 북이면 한 농장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막고 있다. 오윤주 기자
11일 낮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광역 방제기, 방역차 등이 주요 길목을 오가며 소독약을 연신 뿜어댔다. 2019년 1월 이후 4년 만에 구제역이 이 지역 농장 3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농장 앞엔 ‘긴급방역 출입금지’ 바리케이드가 세워졌고, 굉음 속에 중장비·대형 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방역요원이 “살처분 중이다. 가까이 오면 안 된다”고 접근을 막았다.
이날 오후 청주에선 구제역이 추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발생했던 농장 100m 안에 있는 밀접 축산 단지의 한우 예찰 과정에서 침 흘림 등 의심 증상이 발견돼 추가 검사를 진행했고, 이날 저녁 8시께 최종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청주 북이면에선 지난 10일 이후 농장 4곳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병했다. 충북도 등 방역 당국은 이 농장의 한우도 모두 매몰처분(살처분)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0일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의 ㄱ씨, ㅇ씨의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신고됐다. ㄱ씨는 216마리, ㅇ씨는 166마리를 사육하는데, 두 농장은 2.1㎞ 떨어져 있다. 충청북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검사했더니 양성이었다. ㅇ씨 농장에서 100m남짓 떨어진 이웃 ㅂ씨 농장 소도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했더니 양성으로 확인됐다. 충북도와 방역 당국은 이들 농장 3곳의 한우 450마리를 모두 매몰처분했다. ㄱ씨 농장 주변에 사는 이아무개씨는 “이 농장은 애초 들어올 때 축산 오수를 한 방울도 유출하지 않겠다고 주민과 약속하고 들어온 뒤 철저하게 관리를 한 것으로 아는데 구제역이 발생해 놀랍고 안타깝다”고 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청주시 북이면 축산단지. 오윤주 기자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청주시 북이면 축산단지. 오윤주 기자
주변 축산농가들은 추가 확산 우려에 긴장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 주변 3㎞ 안엔 232개 농가(한우 200가구, 돼지 12, 염소20)가 가축 4만48마리를 기르고 있다. 최초 발생한 ㄱ씨 농장은 다른 농장과 2㎞ 안팎 떨어진 외딴곳에 있지만, ㅇ·ㅂ씨 농장 주변엔 200여곳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박상용 청주시 축산정책팀장은 “이 일대는 청주공항 옆 곡창지대였지만 대략 7~8년 전부터 축산농가들이 가축사육제한(민가 500m 이내)을 피해 축사를 짓고 대규모 축산단지를 이뤘다”고 말했다. 민충기 북이면 화하2리 이장은 “밖에 나갔다 오다 살처분돼 널브러져 있는 이웃 농장 소를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워낙 밀집지역이어서 확산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월 경기 안성, 충북 충주에 이어 4년여 만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차단에 안간힘을 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0시부터 13일 0시까지 48시간 동안 전국 우제류 농장, 도축장, 사료 공장 등 축산 관계 시설 종사자·차량 등의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광역 방제기, 방역차 등을 동원해 청주시뿐 아니라 주변 대전, 충남 천안, 세종, 충북 보은·괴산·진천·증평 등 시·군 7곳을 집중 소독하고 있다.
충청북도와 관계 기관들은 수의사·방역 요원 등을 구제역 발생 농가 주변 축산단지 등에 긴급 파견해 백신 접종과 임상 예찰에 나섰다. 변정운 충청북도 구제역방역팀장은 “발생 농가 2곳은 지난달 백신을 접종했고, 한 곳은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었다”며 “가용 소독자원을 총동원해 주변을 집중 소독하고, 백신 접종과 함께 구제역 바이러스 항원·항체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생 농가와 주변을 중심으로 역학 조사도 한창이다. 변 팀장은 “지금까지 조사로는 농장·사료차 등 이동·접촉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구제역 바이러스는 워낙 확산 속도가 빠르고 넓고, 이번 발생 구제역 바이러스가 지난 3월 중국에서 발행한 것과 유사한 O형 이어서 황사나, 중국 출입국자에 의한 유입 등을 포함해 다양한 경로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