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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진동·부재중 전화’도 스토킹…1심 뒤집고 유죄 선고

등록 2023-05-21 13:30수정 2023-05-22 07:23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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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부재중 전화’를 해 공포심을 갖게 한 경우도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영진)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5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고 21일 밝혔다.

ㄱ씨는 2021년 11월 울릉도 패키지여행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 ㄴ씨에게 사흘간 6차례 전화하고, 1차례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ㄱ씨가 그런 행위를 한 것 맞지만 스토킹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ㄱ씨가 ㄴ씨에게 남자친구와의 스킨십과 관련한 말을 해 불쾌하게 했어도 그것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첫 통화 이후 다섯 차례 더 통화를 시도한 것을 두고는 정보통신망법 관련 대법원 판례를 들어 ‘벨 소리’를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고, ‘부재중 전화’ 표시는 통신사의 부가서비스에 불과해 글이나 부호를 도달하게 한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ㄴ씨가 ㄱ씨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과정에 주목했다. ㄴ씨는 “ㄱ씨가 식사 자리에서 ‘절대 먼저 전화하는 일 없다. 조폭 생활을 오래 했다’고 말하며 연락을 요구했고, 다음 일정에도 ㄱ씨를 계속 마주쳐야 하는 상황에서 연락처를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첫 통화에서 ㄱ씨는 ㄴ씨에게 남자친구와의 스킨십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고, ㄴ씨가 대답을 거부하자 “이런 질문을 하는 숨은 뜻을 모르느냐”고 묻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ㄴ씨가 ㄱ씨의 전화를 거부하고 여행 내내 피해 다닌 것을 볼 때 ㄴ씨가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낀 것이 맞는다고 봤다.

또 1심과 달리 전화기의 벨 소리나 진동, 부재중 표시도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부호·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규정하므로 ㄱ씨의 행위는 결국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아야만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한다면, 발신 행위 자체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갖게 됐는데도 전화를 받을 때만 범죄가 성립되는 이상하고도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한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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