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구 충남 예산군수(오른쪽 셋째)가 지난 23일 예산읍 아리랑고개에 시범 설치한 우회전 신호등 앞에서 예산경찰서 교통 관계자 등과 보행자 안전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우회전 일시 정지’ 도입 이후 도로 위 혼란이 이어지자 예산군 등 충남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대안 찾기에 나섰다.
충남 예산군은 최근 지역 내 교차로에서 우회전 신호등 설치가 가능한지를 전수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조사는 우회전 때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혼란을 겪는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예산에서는 지난 2월 주교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던 60대가 우회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31일까지 120건의 교통사고로 7명이 숨졌다. 이는 100여건의 교통사고로 4명이 숨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사고 건수와 사망자 모두 늘어난 것이다. 예산경찰서는 노인 교통사고의 증가를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예산군은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2000명을 포함해 군민이 7만9571명인데 이 가운데 65살 이상이 2만6059명인 초고령사회다.
예산군 교차로 조사 결과를 보면, 우회전 신호등 설치가 가능한 곳은 교차로 우회전 길 276곳 가운데 8곳이다. 예산군은 우선 터미널사거리 2곳, 석탑사거리 2곳, 주교사거리 2곳 등 6곳에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
우회전 신호등 설치 움직임은 천안시와 아산시 등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충남경찰청은 도로교통공단 등과 함께 현장 실사를 해 6월까지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 구상골사거리, 천안시 동남구 원성동 에덴주유소사거리, 아산시 모종동 동신사거리 등 3곳에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기초단체들은 우회전 신호등을 늘리고 싶어 하지만 실제 설치한 곳은 많지 않다. 4월 말 현재 전국의 우회전 신호등 설치 실적은 △경기남부 20 △대구 8 △경남 5 △인천 4 △울산 4 △대전 3 △제주 2 △부산 2 △강원 2 △경기북부 1 △경북 1곳에 불과하다. 경찰은 우회전 신호등 설치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차량 흐름을 막아 시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충남경찰청 교통계 윤진영 경장은 “신호 시간이 40초 간격인 사거리에서 통상적인 우회전 차량의 대기 시간은 약 2분이다. 우회전 교통량이 많은 곳에 이를 설치하면 대기 차량이 길어져 인근 교차로 흐름과 연동 신호 체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교통과장은 “지자체 등에 도로를 정비할 때 우회전 시야를 확보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산시는 최근 스쿨존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서산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노란색으로 도색했다. 서산시 제공
이에 따라 일부 시·군은 우회전 신호등 대신 교통시설을 보완해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서산시는 지난 22일부터 서산초, 부춘초, 서남초 등 3개 어린이보호구역 주변 횡단보도를 노란색으로 칠하고 ‘노란색 횡단보도’ 운영을 시작했다. 노란색 횡단보도는 국가경찰위원회가 지난 4월 시범운영안을 의결해 서산과 광주, 경남 등 44곳에 시범 설치됐다. 최재구 예산군수는 “전국의 시·군은 대다수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운전자와 보행자 가운데 상당수가 어르신이어서 모두의 안전을 꾀하는 교통안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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