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6일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에 기증한 ‘금강산 보덕사’, 한지에 수묵 담채로 내금강 만폭동의 보덕사를 그렸다.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제공
고암 이응노(1904~1989)가 그린 ‘금강산 보덕굴’이 충남 홍성으로 귀향했다.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은 16일 오후 기념관에서 이용록 홍성군수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으로부터 ‘금강산 보덕굴’ 작품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증한 ‘금강산 보덕굴’은 가로 170.8㎝, 세로 119㎝ 크기로 금강산 만폭동 풍경을 그리고 중간 상단 쪽에 보덕굴을 배치한 동양화다. 고암은 만폭동 봉우리 등 배경을 붓으로 툭툭 찍듯 단순하게 표현하면서도 본전인 관음전의 기와, 관음전을 받치는 쇠기둥 등 보덕굴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렸다.
‘보덕굴’은 강원도 회양군 내금강면 장연리 금강산의 법기봉 만폭동에 있는 절로, 고구려 영류왕 10년(627년)에 승려 보덕이 창건했다고 한다. 자연굴을 이용해 지은 이 암자는 벼랑의 돌출 부분에서 쇠사슬을 내리고, 아래는 쇠기둥에 판자를 얹어 본전 건물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고암이 이 그림을 그린 시기를 1950년대 중·후반으로 추정한다. 진경산수이면서도 쾌활한 필치로 반추상을 잘 표현해 실경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지난 4월 서울 옥션에 출품됐으며, 유홍준 전 청장이 자비로 구매해 기증한 것이다. 최현정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학예연구사는 “유홍준 선생님께서는 ‘고암의 50년대 작품이다. 내금강을 그렸다는 점에서 내용이 좋고 크기도 압도적인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용록 홍성군수는 “기증 작품을 잘 보존하고 대전 이응노미술관 등과 협력해 고암의 고향민들에게 그의 예술세계를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유 전 청장은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초대 운영위원장이던 지난 2011년 심향 박승무의 ‘천첩운산도’를 이 기념관에 기증했으며, 이 기념관이 소장한 고암의 ‘대나무문양 도배지’도 그가 기증했다. 현재 이 기념관은 고암과 관련해 주로 프랑스 활동기 이전의 유품과 작품 등 969점을 소장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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