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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폐기물이 몰려온다”…충남 산단, 매립지 전락 우려

등록 2023-08-04 05:01수정 2023-08-04 07:42

‘타 지역 쓰레기 반입제한’은 위법 판결,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 깨져
지난달 31일 충남 당진시 송산2일반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에서 유해화학물질 운송 차량이 폐기물을 내리고 있다. 충남도 제공
지난달 31일 충남 당진시 송산2일반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에서 유해화학물질 운송 차량이 폐기물을 내리고 있다. 충남도 제공

‘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이 깨졌다. 충남 북부권 산업단지폐기물매립장(산폐장)에 연일 타 지역 폐기물이 묻히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에 찾은 충남 당진시 송산2일반산단 폐기물매립장에선 굴착기 2대가 유해화학물질을 운반하는 노란색 트레일러에서 톤백에 실린 폐기물을 내리고 있었다. 유해화학물질에는 전자제품·석유화학·의료 폐기물 등이 포함된다. 송산2산폐장은 2년 전부터 매립을 시작했으며 면적은 19만1007㎡다. 이곳에서 약 25㎞ 거리에 있는 서산오토밸리 산폐장은 올해 2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는데, 매립 면적 5만1363㎡에 매립 용량은 132만4천㎥ 규모다. 3일 충청남도가 집계해보니 올해 2~6월 사이 두곳에서 처리한 폐기물의 월별 발생지 비율은 수도권이 59~6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025년 인천의 수도권매립장이 운영을 종료하면 수도권 폐기물의 유입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 깨져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확충을 위해 조성한 산업단지가 수도권 소재 기업들의 폐기물 처리장이 되고 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 북부권이 특히 심하다. 충청남도가 관련 법을 개정하고 충남폐기물공사 설립에 나선 이유다.

폐기물의 발생지 처리 원칙이 깨진 것은 2018년 서산오토밸리 산폐장 운영업체인 서산이에스티가 인허가 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충남도 등을 상대로 폐기물 처리 사업계획서 적정통보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내면서부터다. 이 업체는 오토밸리산단 안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처리하라는 기관들의 요구가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7항(영업구역 제한 금지)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서 서산이에스티는 2020년 1심에서 패했다. 그러나 이듬해 2월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폐기물처리업자에게 산단 내 폐기물만 처리하라는 행정 조처는 영업구역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위법하다’며 서산이에스티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 법원의 판단은 같은 해 6월10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충남 당진시 송산2일반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에서 굴착기들이 폐기물 톤백을 처리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충남 당진시 송산2일반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에서 굴착기들이 폐기물 톤백을 처리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 지역 피해 구제 위해 과징금 징수 제안

충청남도가 폐기물공사 설립을 검토하는 것은 타 지역 폐기물의 반입을 막을 수 없다면 미리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폐기물 처리 비용은 종류에 따라 톤당 20만~300만원에 달하지만, 사후 관리 등 법적 규제는 미비해 서울·경기 지역 업체들이 가까운 충남권 산폐장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대기업 계열사인 ㅇ업체는 충남의 5개 산폐장을 확보하고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폐기물공사가 만들어지면 폐기물 처리 과정을 감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산폐장 운영에까지 직접 나설 수도 있다.

충청남도는 타 지역 반입 폐기물에 ‘반입협력금’(가칭)을 부과하기 위해 지난 4~5월 국회에서 발의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처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폐기물을 버리는 업체에 처리시설 주변의 주민 지원을 의무화하는 폐기물시설촉진법 개정도 충청남도가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매립시설의 사후 관리는 30년이지만 예치되는 이행보증금 규모는 미미하고 업체가 고의로 부도를 내면 관리 책임은 고스란히 지방정부가 져야 한다. 폐기물공사 설립을 통해 실질적인 사후 관리 비용을 확보해야 지역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생활폐기물은 공공 영역이지만 사업장 폐기물은 업체가 민간에 위탁해 처리하는 방식이어서 발생지 처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지만 수도권과 지역 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막대한 이권 사업이어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타 지역의 폐기물 반입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는 만큼, 타 지역 폐기물과 지역 폐기물의 처리 비용을 차별화하고 처리 업체로부터 환경·사회적 비용을 징수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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