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전·청주 등에서 교사가 잇따라 숨지면서 애도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호상’ 발언을 해 논란이 인다. 충북교육청은 진의가 왜곡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교육단체는 윤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13일 “윤 교육감이 지난 9일 음성교육지원청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한 ‘호상’ 등 발언이 알려지면서 교사 등이 분노하고 있다. 교육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고,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호상(好喪)은 ‘복을 누리며 별다른 병치레 없이 오래 산 사람의 상’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이에 충북교육청은 관련 설명자료와 윤 교육감 발언을 공개했다. 교육청은 “윤 교육감의 당시 전체 발언은 ‘대개 호상집에 가면 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 마음은 그렇지만 이제는 빨리 극복하고 현실로 돌아와서 아이들 앞에 섰을 때 선생님들의 마음이 좀 계속 갔으면 좋겠고요’였으며, 일반적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며 “호상 단어를 썼지만 지금 상황이 호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수미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은 “서울, 대전에 이어 지난 8일 청주에서도 한 교사가 숨지는 등 교직 사회의 침통한 분위기 속에 웃고 즐기는 체육대회를 강행하고, 그 자리에 교육감이 참석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이 마당에 교육감이 ‘호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 자체만으로도 교사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상 없습니다. 교육감님을 믿고 따릅니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말씀만이라도 조심해주시길”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지난 7월25일 유·초등교사 1급 자격연수 특강을 하고 있다. 충북교육청 제공
앞서 윤 교육감은 ‘교사는 예비 살인자’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사기도 했다. 윤 교육감은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직후인 지난 7월25일 유·초등교사 1급 자격연수 특강에서 “교사는 예비 살인자라고 인정하고, 대학 때 살인하지 않을 공부를 하고 현장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교육감 발언 이후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윤 교육감은 “발언은 교사 역할의 중요성과 사명감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며 “교육계가 슬픔에 빠져있는 엄중한 시기에 발언 때문에 상처받은 분께 사과드린다. 앞으로 발언에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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