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의 식물종합병원 의료진이 한 수박 농가의 병해충·생육 상태 등을 살피고 있다. 음성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충북 음성군엔 종합병원은 없지만 식물종합병원은 있다. 3년 전 문을 연 음성 식물종합병원은 그동안 식물 질병 225건을 치료해 지역 주민의 호응이 크다.
13일 음성군에 따르면, 음성 식물종합병원은 2020년 1월 음성군농업기술센터 안에 설치됐다. 시스템과 운영 방식은 일반 종합병원과 유사하다. 일반 종합병원이 시민들의 질병을 진단·치료한다면, 식물종합병원은 농작물의 병해충 등을 진단하고 맞춤 방제를 처방한다.
식물종합병원 의료진은 농업기술센터의 농촌지도사·농업연구사 등 10명이다. 이들은 채소·과수·화훼·벼·특작을 전공해 어지간한 농작물 병해충은 큰 어려움 없이 진단·치료할 수 있다. 종합분석센터·친환경관리실·농업미생물실·쌀품질관리실 등의 시설을 활용해 농민들이 영농 과정에서 의뢰한 병해충을 분석하고 치료법도 제시한다. 토양의 잔류 농약 측정과 분석, 가축 분뇨의 수분·염도·부숙도(썩어서 익은 정도) 분석 등을 통해 병해충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음성군 식물종합병원의 고추 풋마름병 진단키트. 음성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실적도 꾸준하다. 2020년 49건, 2021년 58건, 2022년 57건에 이어 올해는 채소 풋마름병·생리장해, 과수 수정 불량, 냉해·동해, 벼 도열병 등 61건을 처리했다. 식물종합병원 운영을 맡은 김대유 음성군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장은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병해충이 빈발하지만 농민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식물병원을 설치·운영한다”며 “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관행농법에 익숙한 농민들에게 과학적 분석과 정확한 진단·처방을 제시해 영농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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