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온 공공형 계절 노동자들이 지난 7월 괴산의 한 밭에서 일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벌금 성격 과태료 100만 페소’(2300여만원), ‘친척 4명 연대 보증’, ‘시청 누리집 사진 공개’, ‘관리 공무원 파견’….
충북 보은군에 공공형 계절 근로자를 파견한 필리핀 마갈랑시가 노동자들의 중도 이탈에 대비해 내건 벌칙 규정이다. 필리핀 마갈랑시는 지난 24일 계절 노동자 34명을 보은에 보냈으며, 이들은 보은지역 농가 등에서 3개월(12월20일 출국 예정)간 일할 예정이다. 앞서 보은군과 필리핀 마갈랑시는 지난해 11월 공공형 계절 근로자 도입 관련 업무협약을 했다. 애초 50명이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이탈 우려 때문에 조금 줄였다.
필리핀 마갈랑시가 계절 노동자 파견에 앞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은 지난 6월 공공형 계절 노동자들의 잇단 이탈로 곤욕을 치른 보은군을 안심시키려는 뜻이다. 앞서 보은군은 지난 5월20일 베트남 하장성에서 공공형 계절 노동자 49명(남성 42, 여성 7)을 입국시켜 보은지역 농가 등에서 일하게 했다.
하지만 지난 6~7월 사이 계절 노동자 14명이 4차례에 걸쳐 무단이탈해 잠적했다. 급기야 보은군은 계약 기간이 한 달 넘게 남은 상태에서 나머지 35명을 모두 출국시키고, 공공형 계절 노동을 중단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침에 따라 올해 처음 전국에 파견된 공공형 계절 노동자들은 규모가 큰 농가에 3~5개월 단위로 고용돼 일하는 기존 국외 계절 근로자와 달리, 농협에 고용돼 필요에 따라 일용(일당 8만7천원·도시락 포함) 형태로 소규모 농가를 도왔다. 충북에선 보은과 함께 괴산이 공공형 계절 근로를 도입·시행했다. 이들은 주로 낮 시간대에 농가에 파견돼 일한 뒤 군이 제공한 숙소에 머물며 공동생활을 했다. 이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았고, 이탈도 잦았다.
보은군도 이탈 방지 조처를 마련했다.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이탈 방지 등을 교육하고, 2차례 이상 숙소를 방문하는 등 현장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 농협, 군청 직원 등이 단체 대화방을 마련해 아침·저녁으로 인원 점검도 한다. 박정하 보은군 농정팀 주무관은 “베트남 공공형 계절 근로자들의 이탈로 지속 여부를 고민했는데 필리핀에서 우리가 놀랄 정도의 파격적인 이탈 방지 제안을 해 하반기 공공형 근로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농가의 부족한 노동력을 고려하면 계절 근로가 필요한데 자치단체로선 이들의 이탈이 무척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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