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를 하다 다쳤다며 대학 동창생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30대 공무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대학 동창은 치료비 마련 등 심리적 부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청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오상용)는 1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ㄱ(31)씨에 대한 항소심에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ㄱ씨는 2021년 3월 “대학교 동창인 ㄴ씨와 성관계하는 과정에서 어깨를 눌려 통증이 있다”며 수차례에 걸쳐 치료비 47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는 이 돈으로 어깨 치료를 받지 않고, 보톡스·지방분해·체형관리·모공 청소 등 미용시술과 쇼핑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ㄴ씨는 ㄱ씨가 요구한 돈을 주려고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받기도 했으며, 채무 부담 등을 고민하다 2021년 8월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ㄱ씨는 “ㄴ씨한테 성폭행을 당한 뒤 고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은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ㄱ씨는 합의금 약정 체결 시기·방법 등을 특정하지 못했으며, 합의 아래 성관계했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 등으로 미뤄 강간치상 범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ㄱ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ㄱ씨가 유가족에게 피해복구를 위해 4700여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들어 형량을 줄여줬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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