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온라인쇼핑몰을 만든 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ayment Gateway)를 통해 가상계좌 수만개를 생성해 보이스피싱, 불법도박 등 범죄조직에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 단체 조직 등 혐의로 ㄱ(48)씨 등 13명을 구속 송치하고, 1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ㄱ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8개의 허위 온라인쇼핑몰을 만들어 지급결제대행사와 가맹점 계약을 하고 가상계좌 6만4602개를 생성한 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도박 등 범죄 조직에 팔아넘긴 혐의를 받는다.
범죄조직들은 가상계좌를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도박사이트 이용자로부터 현금을 입금받는 용도로 썼다. ㄱ씨 등이 팔아넘긴 가상계좌를 통해 불법 세탁된 범죄 자금은 1조6천억원에 달하고, 이들은 그 대가로 160억원을 챙겼다. 대전 지역 조직폭력배들이 경북·전북 등 폭력배들과 함께 총판, 민원 응대자, 전산 관리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로부터 전자지불시스템 관리 권한을 부여받은 이들은 실제 상거래가 없는 상태에서도 가상계좌를 무한정 생성할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업계 최저 수수료 보장, 수사기관 문제 발생 시 끝까지 책임지겠음’ 등 내용의 광고 글을 올려 가상계좌 판매를 광고했다. 경찰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강남 호텔 등에서 차례로 일당을 검거하고, 이들의 고급 스포츠카와 현금 등 범죄수익금 13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조직들이 대포통장 대신 가상계좌를 새로운 범행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며 “가상계좌의 범죄 악용을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전자지급결제대행사의 가상계좌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전자상거래 사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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