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간선도로를 운행하는 급행버스. 연합뉴스
2025년 1월부터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를 시행하려던 세종시가 세수 결손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구매액의 2배가 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월 정액권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종시는 15일 “투입될 예산 규모와 효과에 대한 신중한 비교 검토 끝에 버스요금을 무료화하는 대신 ‘세종 이응(ㅇ)패스’를 다음해 9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응패스’는 버스와 공영자전거인 ‘어울링’ 등 세종시의 대중교통을 한 달에 2만원만 내고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월 정액권이다. 세종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뿐 아니라 대전·청주·공주 등 인근 지역을 오가는 시외버스에서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무료 버스 대신 ‘할인’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청소년·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겐 정액권이 무료로 제공된다.
‘버스 무료화’는 세종시의 낮은 버스 이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민호 세종시장이 내놓은 대표 공약이었다. 세종시의 버스 이용률은 7.9%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최 시장은 지난 2월 “2025년 1월부터 버스 전면 무료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뒤, 지난 4월 ‘대중교통 효율화를 위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면 시행 전 출퇴근 시간대 버스요금을 무료화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공약 철회의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어려움’이다. 세종시의 내년 예산은 1조9059억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968억원(4.8%) 적게 편성됐다. 최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천억원 가까운 예산을 줄여 편성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빚을 져가며 (무료 버스를)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 부담을 줄이고 교통 대책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옳다고 결단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버스 전면 무료화의 경우 한해 253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반면 이응패스는 60억원의 예산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세종시의 이런 결정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는 요금 인하보다는 대중교통체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성은정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버스 무료화든 이응패스든 요금 정책에 몰두하기에 앞서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교통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구체적인 계획 없이 대중교통 무료화가 어려우니 우선 정액권이라도 도입하겠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15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버스 무료화’ 계획 철회와 ‘이응패스’ 도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세종시가 지난달 5일 주최한 ‘세종시 대중교통 활성화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지적과 주문이 쏟아졌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버스를 무료로 하면 한 정거장 정도는 걸어가던 사람들까지 버스를 이용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려면 무작정 요금을 없애거나 깎아주기보다 교통체계 개선과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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