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신풍초 학생들이 지난 15일 가상현실 프로그램으로 ‘공산성 알아보기’ 수업 중 퀴즈를 풀다가 오타를 내 틀린 친구를 가리키며 재미있어 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공산성은 웅진백제의 왕궁이죠. 백제는 왜 웅진으로 수도를 옮겼을까요?”
지난 15일 오후 1시10분 충남 공주시 신풍초등학교에선 5~6학년 아이들의 통합 사회과목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이라야 아이들 11명이 전부였다. 사회 담당 한솔 교사가 전자칠판에서 ‘공산성’ 수업 창을 열자 성의 서문인 금서루 앞에 아이들의 아바타가 나타났다. 성안으로 들어가려면 활을 쏴 암호를 얻어야 한다. “쓩쓩쓩~” 순식간에 과녁을 다 맞히고 성문을 통과했다.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있는데 모니터 안 아바타들은 뛰고, 달리고, 성벽과 누각을 오르내렸다.
“금서루 앞으로 오세요. 수문장 교대식을 보고 왕궁터 주변의 유물들을 상호작용(클릭)해봅시다.”
교사의 지도에 따라 금서루를 클릭하자 수문장 교대식 영상이 나타났다. 영상을 다 본 아이들이 연꽃무늬 수막새 등 유물들과 접촉해 스탬프를 수집했다. 5개의 유물 스탬프를 다 모으자 빈터에 왕궁이 지어졌다. “오오~”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고구려 장수왕이 남쪽으로 영토를 넓히는 과정에서 백제가 웅진으로 천도했고, 조선시대에는 인조 임금이 이괄의 난을 피해 공산성에 머물다 마음에 드는 나무 두 그루에 관직을 내려 쌍수산성이 됐으며, 땟거리가 없자 임씨 성을 가진 백성이 떡을 해 바쳤는데 인조가 그것을 먹고 ‘맛있다’고 해 인절미(임절미)가 됐다는, 공산성에 얽힌 역사를 공부했다.
수업은 돌탑에 각자 소원을 비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아○○ 프로시리즈 메인보드 갖고 싶어요.”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살 빼게 해주세요.” 전자칠판에 아이들의 소원이 게시됐다. 수업을 마친 지정환(6학년)군은 “쌍수산성이라고 해서 쌍꺼풀 수술 잘하는 의원이 살았나 했는데, 나무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산성’ 수업은 공주교육지원청이 개발한 ‘백제 품은 가상누리터’(zep.us/play/875ee7) 여섯 마당 가운데 하나다. 여섯 마당은 △공산성(웅진 백제를 품다) △우금티(백성이 하늘인 세상이 열리다) △황새바위(조상의 흔적을 기리다) △제민천(공주 역사를 간직하다) △공주향교(선비의 향기를 뽐내다) △무령왕릉(백제의 부흥과 함께 잠들다) 등이다. 지난해 공주지역 교사 6명이 얼개를 짜고 교사·장학사 등 20여명이 마당별로 살을 붙인 뒤 전문 업체가 다듬어 여섯개 이끎학교가 2학기 수업에 편성했다.
이 여섯 마당은 공주 아이들에게 지역의 역사적 가치와 정체성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담당 교사는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시각자료를 보고 게임하듯 학습한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이해 속도도 빨라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민명선 신풍초 교장은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한 프로그램이어서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학습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충남교육청은 ‘백제 품은 가상누리터’ 여섯 마당을 1~2학기 운영해 보완한 뒤 도교육청의 플랫폼인 ‘마주온’에 탑재할 방침이다. 마주온은 네이버 웨일을 기반으로 개발된 미래교육 통합 플랫폼이다. 충남 보령교육지원청은 마주온의 특성을 살려 시공간을 초월하는 협동 수업을 한다. 섬 학교는 학생이 적어 수업하는 데 제약이 적지 않은데 자료를 공유하고 토론이 가능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활용하니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해졌다고 교육지원청은 설명했다.
실제 보령 신흑동 청파초등학교는 이번 2학기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본교(11명), 외연도분교(3명), 녹도학습장(1명)에 다니는 4학년생 15명이 화상으로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수업은 육지와 섬 생활을 교차해 배우는 내용이다. 아이들은 마주온 게시판에 “직접 만나지 않고도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외연도에 가서 예쁜 철새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글을 남겼다. 협동 수업은 외연도분교 김영진 교사의 제안에 본교 김용태 교사와 녹도학습장 박시현 교사가 힘을 보태 실현됐다.
김정혜 충남교육청 교육과정과 장학사는 “플랫폼이 활성화된다면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더 나은 학습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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