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맨 왼쪽 검은 옷)씨 등이 지난 8월 제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창업 컨설팅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제천시농업기술센터 제공
“농부는 별을 노래하는 사람, 하늘의 기운에 따라 일하는 사람입니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지혜와 수고로움으로 얻는 풍성함을 누리는 것이 농부의 삶입니다.”
충북 제천시농업기술센터가 최근 펴낸 ‘제천 그리고 영 파머스’에 나오는 농부론이다. 책은 제천에 뿌리내린 젊은 농부 13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2대·3대를 이어 농사짓는 이, 귀농한 이, 제천의 산수가 좋아 눌러앉은 이 등 다양하다.
책은 마을, 힐링(치유), 과일, 허브, 건강(헬스)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젊은 농부들의 삶을 이야기하듯 좇는다. 농사 시작한 해, 하는 일, 하고픈 일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성공과 실패, 고민과 어려움, 보람과 희열 등을 모두 담아 농사를 업으로 삼을 이들에겐 길라잡이가 될 만하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농산물 제조업체 (주)넉넉한 사람들의 김덕회(38) 대표다. 제천에서 나고 자란 김 대표는 대학 진학·공무원 준비 등으로 외지를 떠돌다 2009년 제천으로 돌아와 14년째 농부로 산다. 그는 “농업인과 교류하고 관광농업·농촌 융복합산업 등을 공부하고 정부 보조금에 목매지 말고 자립심을 키웠으면 좋겠다”라고 후배 농업인에게 당부했다.
이성원(38)씨는 농업법인 팜이스 빌리지를 세우고 치유농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 그는 급여의 80%를 모아 종잣돈을 만들고, 땅을 구매한 뒤 4년 전 제천으로 귀농했다. 그는 열 살 때 국토 횡단, 스무살 때 국토 종단을 했으며, 치유농업·농업창업·복지원예 등 농업 관련 교육 2800시간을 수강했다. 제천 수산면 대전2리 이장까지 맡은 그는 치유농장의 꿈을 차근차근 키워간다.
너무 추운 날씨 탓에 ‘제베리아’로 불리는 제천에서 귤·한라봉·레몬 등을 재배하는 박수은(39)씨, 식용곤충 쌍별 귀뚜라미를 키우는 이효정(44)씨 등은 새길을 여는 농부다. 약초집 딸내미 유권정(31)씨, 호프집·당구장을 접고 오가피 등을 재배하는 박일균(37)씨, 바위솔을 기르는 김우정(32)씨 등은 한방 고장 제천의 맥을 잇는다. 목장 오빠 원장연(39)·변재균(28)씨, 사과농장 딸 김민정(37)씨, 1만5000평 농사짓는 김병준(33)씨 등은 대를 이었다. 경기 평택에서 온 이서은(41)씨 부부, 서울에서 온 강소리씨 등 귀농한 이들도 있다.
책은 이들 농부가 소개하는 제천의 맛·멋·흥도 곁들였다. 황인철 제천시농업기술센터 주무관은 “책엔 제천과 농업을 사랑하는 젊은 농부들의 소소한 삶, 이야기가 녹아 있어 재미도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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