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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특별·광역시에서는 처음으로 결혼하는 청년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추진한다. 저출생 대책으로 마련한 ‘결혼장려금’ 제도로, 지원 대상은 만 19~39살의 내국인 초혼자다. 하지만 지원 대상에서 재혼과 40살 이상 등을 배제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성 지원을 통한 저출생 대책을 놓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대전시는 지난 12일 저출생 대책으로 만남·결혼·정착·출생 등에 대한 정책을 종합한 ‘청년 신혼부부가 살기 좋은 하니(HONEY) 대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결혼장려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1월1일부터 대전에서 살다 혼인신고하는 신혼부부에게 각각 250만원씩 총 50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앞서 전북 장수군·김제시, 충남 논산시·계룡시·태안군 등 시군에서 결혼지원금 제도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지원 금액은 100만~1000만원으로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현재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전남도에서 ‘결혼축하금’으로 가구당 200만원을 주고 있는데, 도가 아닌 특별·광역시에서 결혼지원금을 주는 건 대전시가 처음이다.
대전시는 결혼장려금 지원 대상을 ‘만 19~39살의 내국인 초혼자’로 제한했다. 40살 이상과 재혼자는 지원 대상에서 뺀 것이다. 결혼지원금 제도가 있는 지자체 중 충남 논산시(만 45살까지)를 뺀 나머지는 모두 만 49살까지 지원금을 준다. 대상을 초혼으로 제한한 것도 전남도와 장성·고흥·영광군뿐이고, 나머지는 재혼도 현금 지원을 한다. 대전시가 결혼장려금 대상에서 40대 이상과 재혼을 뺀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고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본래 제도 목적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대전시 여성가족청소년과 관계자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가임 여성 연령대를 고려해 40대 이상은 결혼장려금 대상에 넣지 않았다”며 “재혼의 경우 정책 시행 전까지 여론 동향을 살펴 지원 대상에 포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산·육아 인프라 구축이 아닌 현금 지원으로 출생률을 끌어올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해남군의 경우 2012년부터 아이를 낳으면 현금 3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줬는데, 2012년 2.47명이던 해남의 출생률은 2022년 1.04명으로 반토막 났다.
법률혼 장려보단 ‘다양한 가정 형태’에 대한 수용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서는 “여러 유럽 국가에서 혼인 외 출산 비중이 상승하면 출산율도 올라갔다”며 “부모와 정상가정(법률혼) 중심의 지원 체계에서 아이 중심의 차별 없는 지원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다양한 가정 형태에 대한 제도적 수용성을 높여가야 한다”고 했다.
대전시 저출생 대책을 놓고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니 대전 프로젝트’에서 시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신규 사업은 주택자금 이자 지원을 빼면 결혼장려금(2년간 440억원), 청춘 남녀 만남 행사(3억원) 정도다. 대전시가 이 프로젝트로 2026년까지 투입한다는 1조567억원 중 약 94%는 양육수당, 청년주택 공급, 출생아 지원(첫 만남 이용권) 등 국비에 시비를 보태서 하는 기존 사업들이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팀장은 “대전시가 전세사기 등 청년층이 당면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서, 출산율을 높인다며 정책 효과도 의문인 단발성 현금 지원(결혼장려금)에 연간 수백억원을 쓰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