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가 올해도 대전 갑천을 찾았다. 환경단체는 대전시의 하천 준설 계획이 노랑부리저어새의 서식 환경을 망칠 것을 우려하며 “하천 흐름을 막는 보부터 철거하라”고 주장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0일 갑천을 모니터링한 결과 원촌교 하류 100m 지점에서 노랑부리저어새 3마리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유라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하는 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겨울 철새다. 우리나라에서 봄·가을 나그네새로는 제법 관찰되나 월동하는 새는 한해 400여마리뿐이라 귀한 겨울 손님으로 여겨진다. 2022년 겨울 처음으로 대전 갑천에서 관찰된 이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째 갑천 월동이 확인된 것이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해 겨울에도 3마리가 확인됐는데, 같은 개체가 2년째 갑천에서 월동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며 “노랑부리저어새는 우리나라에선 주로 해안가 건강한 습지나 내륙의 대형 습지에서 확인되고, 내륙 하천에선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그만큼 갑천이 월동지가 된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이런 상황에서 하천을 준설하면 노랑부리저어새가 다시 갑천을 찾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전시는 지난해 11월 홍수 대책으로 대전 지역 하천의 33곳을 준설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처장은 “노랑부리저어새는 수심이 낮은 하중도(하천 가운데 있는 섬) 주변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휴식을 한다. 그러나 대전시 계획대로 하천이 준설되면 다시 저어새가 찾아올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며 “매해 토사가 쌓이기 때문에 준설은 장기적인 대책이 아니고, 홍수 예방 효과도 거의 없다. 하천에 설치된 쓸모를 다 한 횡단구조물(보·낙차공)을 철거하는 것이 홍수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처장은 “홍수 대책에 준설만 있는 것이 아닌데 대전시는 여러 대안과 현실적인 대책을 뒤로하고, 선택은 쉽고 효과는 가장 적은 준설을 선택했다”며 “대전시는 하천 준설 추진을 중단하고, 그 외의 다양한 홍수 대책을 찾기 위한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