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3~4마리가 떼 지어 댕기면서 닭이 뭐여, 개, 염소도 물어 죽이는디 이 동네에서 피해 안 본 집이 거의 없다니께.”
이주홍(65·충남 태안군 고남면 고남리)씨는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9월 한낮에 풀 먹으라고 내놓은 염소가 들개들에게 물려 죽었다. 들개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3년 동안 이 동네에서만 염소 20여 마리가 들개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전했다.
김광호(69·안면읍 승언리)씨도 지난해 산 염소가 하루 만에 물려 죽었다. 들개는 3마리에서 많으면 8~9마리씩 몰려다니는데 토끼장과 닭장은 철망을 뜯고 해치고 가끔 고라니도 사냥한다고 밝혔다. 그는 “병술만 바닷가 쪽에 자전거를 타기 좋은 길이 있는데 이것들이 있으니 아무도 안 간다”며 “집배원들이 공격당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태안군은 유기견들이 들개떼로 변해 가축들을 죽이고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자 최근 ‘들개 전문포획단’을 꾸려 운영을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군은 지난해 677마리, 재작년 514마리 등 해마다 유기견을 포획하는데도 관내에만 들개 80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군 농정과 오세웅 주무관은 “2017년부터 들개 피해 신고가 있었으며 연평균 20여건 정도다. 지난해에는 안면도에서 한꺼번에 염소 10마리, 이원면에서 닭 50마리가 물려 죽는 등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낚시꾼,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바닷가 마을 쪽에 유기견들이 많다”고 말했다.
들개 전문포획단은 야생동물 포획·구조 경험이 많은 군민 5명으로 꾸렸다. 이들은 들개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마을 이장 등 주민들과 함께 답사한 뒤 포획틀·포획망을 사용해 들개들을 잡는다. 포획한 들개는 유기동물 보호소 등에서 보호할 예정이다.
박용성 태안군의원은 “들개를 총포로 사살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다 보니 현재는 피해 신고를 하면 소방서에서 입으로 부는 마취 장비를 들고 출동하는 게 전부다. 유해조수구제법 등에서 야생화한 유기견을 들개로 규정하고 유해조수에 포함해야 가축과 인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