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이야기 할머니들. 이영이·이규정·권순예·김영자·유순희·김미란·이남석 할머니.(왼쪽부터).동화구연 등을 익힌 이들은 틈틈이 지역 어린이, 다문화 가정을 돌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이야기로 휴대폰, 텔레비전, , 유투브 등 미디어 세상에 빠져 사는 아이들을 구하고 싶어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이들이 있다. 충북 영동의 ‘이야기 할머니’다. 맏언니 김영자(75), 둘째 이남석(64), 셋째 김미란(63), 넷째 권순예(62), 다섯째 이영이(61), 막내 이규정(55)·유순희(55)씨 등 일곱명이다. 이들은 사라진 ‘옛날이야기’를 부활시켰다. 틈틈이 주변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돌며 아이들에게 이야기와, 동화를 들려준다. 인기는 폭발적이다. 이들은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급’ 연예인 정도는 아니지만 꽤 유명하다고 귀띔했다.
영동 이야기 할머니들이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이야기 할머니들은 이야기를 통해 미디어에 빠져 사는 아이들을 구하고 싶은 당찬 꿈을 실천하고 있다. 이영이 할머니는 “감수성이 풍부할 때 일방적 미디어보다 오감으로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교육적이다. 아이들에게 휴대폰·텔레비전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성이 바른 아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레인보우 영동도서관이 진행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어르신 동화 구연 양성과정’을 접하면서 이야기 할머니로 거듭났다. 김미란 회장은 “동화구연을 익히고 무대에 서니 부족한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앞뒤 자리 편한 이들에게 ‘우리 같이 공부해볼래요’라고 권한 게 출발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늦깎이 공부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화 구연에 이어 손유희·영어 동화구연·북아트·오감놀이·한국어·노인상담·다문화 지도사 등 자격증 취득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나이 먹으면 금방 잊잖아요. 그래서 함께 공부하고, 또 남 앞에 서다 보니 겁도 사라지고, 자신과 보람이 생겨났다. 아이들에게“ 많이 주고 싶어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다.
김미란 영동 이야기 할머니 회장이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지금은 아이들뿐 아니라 다문화 가정 주부와 자녀들에게 동화구연과 접목해 한글을 가르치고, 요양원 등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기도 한다. 이들은 이제 기존 동화·책을 넘어 영동의 설화·역사, 자신과 주변 할머니 등이 살아온 이야기를 각색하는 등 새로운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손자뻘 아이들, 다문화 주부, 요양원 어르신 등에게 이야기를 전하면서 나날이 행복하다. 기회가 되면 남의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영동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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