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영 충북 괴산군수(왼쪽)가 11일 괴산군 장연면 이강선씨 농가에서 올해 첫 대학 찰옥수수를 수확했다.
충북 괴산의 여름은 옥수수로부터 시작한다. 옥수수가 나오기 시작했고, 농민들은 바빠졌다. 여름이 온 것이다.
11일 괴산 장연 등 옥수수 농가들은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올해 첫 옥수수를 수확해 출하를 시작했다. 이날 이차영 괴산군수도 일손을 보탰다.
지금부터 가을까지 괴산지역 1895농가는 1161㏊에서 재배한 옥수수 1만449t을 시장에 쏟아 내게 된다. 지난해 1361㏊에서 1만2249t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조금 줄었다. 최한균 괴산군 농업정책과 유통가공팀장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초 사이 발생한 냉해로 재배 면적이 줄어, 수확량도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작황은 좋은 편이어서 1자루(30개)에 1만5천원 이상씩 가격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괴산에서 나오는 옥수수는 대부분 ‘대학 찰옥수수’다. 지금은 전국에서 ‘대학 찰옥수수’가 나오지만, 원조는 괴산이다. 사연이 있다. 괴산에서도 산골에 속하는 장연 출신 최봉호 전 충남대 교수는 1991년부터 옥수수 종자 개발에 나섰다. 벼 말고는 변변한 작물이 없어 가난하게 사는 고향에 선물을 주고 싶었다.
최 교수는 12년 연구 끝에 석회질 토양에 일교차가 큰 준고랭지인 고향의 땅·기후에 최적화한 종자를 얻었다. ‘연농 1호’였다. 여느 옥수수에 견줘 당도가 높고, 식감이 쫀득하면서도, 옥수수껍질이 치아 사이에 끼지 않았다. 이에 장연을 중심으로 재배에 나섰고, 시장에 내놓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대박 상품’을 얻은 주민들은 최 교수를 향한 고마움을 담아 ‘대학 찰옥수수’라는 별명을 붙였고, 그게 상표가 됐다.
최 교수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육종을 해 한동안 괴산 등 충북 주민에게만 대학 찰옥수수 종자를 공급하다 2015년 국내 한 종자 업체에 판매권을 넘기면서 대학 찰옥수수는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대학 찰옥수수는 괴산 농특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 온라인 쇼핑몰 ‘괴산장터’ 등을 통해 판매하는 등 판로를 확대와 판매 증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괴산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