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4월28일 청남대 개방식에서 한 어린이의 손을 잡고 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과 청남대를 거닐고 있다. 충북도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휴양지로 쓰였던 저도를 국민에게 개방하기로 하면서 저도가 ‘제2의 청남대’가 될지 관심을 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0일 저도를 찾아 “휴가를 보내면서 보니까 정말 아름답고 특별한 곳이었다. 이런 곳을 대통령 혼자 즐길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저도를 국민께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도는 거제도 북쪽 43만㎡에 해송·동백 등이 자생하는 돼지 모양 섬이다. 이승만 대통령 때 휴양지로 쓰다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식 휴양지로 지정했으며, 바다의 청와대란 뜻으로 ‘청해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3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저도의 추억’이 화제를 모았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4월17일 단 하루 청남대에 묵은 뒤 이튿날 국민에게 돌려줬다. 그는 개방식에서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미리 알았다면 개방 안 했을 겁니다”라고 농담한 뒤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관광객들이 청남대 잔디광장 등을 둘러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남대는 ‘국민의 청와대’가 됐다. 올해 들어 지난 30일까지 41만8655명이 청남대를 관람했다. 16년 누적 관람객은 1206만8727명이다. 지금은 하루 평균 2400여명씩, 해마다 80여만명이 찾아 26억원 안팎의 수입을 낸다. 강성환 청남대 관리사업소장은 “개방 초기엔 대통령 휴양지·별장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관광객이 몰렸지만, 지금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추억, 역사뿐 아니라 천혜의 자연 속에 잘 갖춰진 정원 관람, 산책 등을 위해 시민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청남대는 1983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조성됐다. 대청호가 삼면에 펼쳐졌으며, 옥새·월출·소위·작두봉 등 네 봉우리가 둘러싸고 있다. 330필지 184만㎡에 본관 등 건물만 46동이 들어섰지만, 일반인은 존재조차 몰랐다. 개방 전 역대 대통령 6명이 89차례 찾아 366박 472일 동안 청남대를 이용했다.
하지만, 청남대 주변 주민들은 아쉬움이 크다. 황용제 문의면 주민자치위원장은 “관광객은 늘었지만, 청남대만 보고 가는 ‘당일치기’가 대부분이다. 대통령 휴양지라는 이유로, 대청호 주변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 묶여 지역이 정체됐다. 규제를 완화해야 청남대도, 지역도 산다”고 말했다.
강성환 청남대 관리소장은 “임시정부 수반 등의 기록화·동상 등과 임시정부 기념관 등을 조성하고 있다. 대통령의 역사 공간을 임시정부까지 넓혀 새로운 관광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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