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죽리마을.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을 본뜬 타일형 벽 등이 자랑이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죽리마을엔 구엘공원이 있다. 구엘공원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경제적 후원자 구엘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조성했다. 화려한 건축물과 타일 장식 등이 유명해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330㎡(100평) 남짓한 죽리 구엘공원은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의 축소판이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타일로 벽면을 장식했으며, 타일 벤치도 있다. 가우디에 대한 ‘오마주’(존경, 감사의 뜻)다. 죽리를 뜻하는 대나무공원, 세종대왕의 전설을 담은 박샘공원도 함께 만들었다. 죽리 구엘공원이 선 자리는 애초엔 경로당, 빈집 등이 있던 곳이다. 김웅희(64) 죽리마을 이장은 “무채색 마을에 색을 입히는 차원에서 구엘공원을 구상했다. 솔직히 스페인 본토 구엘공원만은 못하지만 죽리 구엘공원에도 마을과 주민의 정이 담겨 볼만하다”고 말했다.
마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창조적 마을 만들기와 균형발전위원회가 진행한 새뜰마을 사업에 잇따라 선정된 뒤 혁신에 나섰다.
먼저 이농 현상으로 폐허가 된 빈집 개선에 나섰다. 빈집 14채를 모두 허물고 공용 주차장을 만들었다. 4곳은 예비 귀농인 누구나 한달에 25만원만 내면 6~12개월 머물며 귀농 체험과 공부를 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으로 꾸몄다. 김재겸 증평군 미래전략팀 주무관은 “귀농 체험, 인큐베이팅 공간인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면서 청주, 서울, 대전 등에서 귀농인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빈집을 새로 단장하고, 공원을 꾸미는 등 마을 모습이 바뀌면서 인구도 늘었다. 2014년 50가구 117명이던 마을 인구는 지난 5월 말 63가구 135명으로 늘었다.
죽리마을을 찾은 관광객 등이 마을에서 운영하는 소시지 체험을 하고 있다.
공동체 공간 ‘새뜰관’도 마을의 자랑이다. 새뜰관에서는 의료 봉사, 한글 교육 등 문화 복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난해부터 마을을 찾는 도시민 등을 대상으로 소시지 체험을 진행해 지금까지 수익을 4500만원 냈다.
여느 농촌 마을이 ‘인구 소멸’ ‘마을 소멸’을 걱정하지만 죽리마을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지난해 4월 이후 공무원, 균형발전 연구자 등 400여명이 마을을 찾았다. 김 이장은 “숨죽인 듯 조용한 농촌 마을이었지만 이제 아이, 어른 소리가 넘쳐나는 사람 사는 마을이 됐다. 볼만한 마을을 넘어 잘 사는 마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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