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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들을 위한 예배당…제일 작은 교회 주서택 목사

등록 2019-09-05 16:39수정 2019-09-05 22:00

주서택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 목사(왼쪽 셋째)가 지난 2일 김윤주 옥천읍 맞춤형 복지팀장(맨 오른쪽) 등에게 헌금으로 모인 성금을 건네고 있다.
주서택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 목사(왼쪽 셋째)가 지난 2일 김윤주 옥천읍 맞춤형 복지팀장(맨 오른쪽) 등에게 헌금으로 모인 성금을 건네고 있다.
“사랑이 사랑을 낳네요. 작은 것의 위대함을 새삼 느낍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엔 한뼘 교회가 있다. 이름도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다.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지붕 아래 아담한 회색 벽돌 교회는 5㎡다. 소나무·참나무 등 숲이 안고, 드넓은 대청호가 감싸고 있다. 문을 열면 둘씩 여섯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 세 개와 십자가가 전부다.

“묵상, 기도하려고 작은 예배당을 꾸몄죠. 세상에서 제일 조용하고 편안한 곳 가운데 하나일걸요.” 이곳을 만든 주서택(67) 목사의 말이다.

주 목사는 2003년 11월께부터 아내·장인 등 지인 10명과 주변 9만9000㎡를 일궈 수생식물학습원을 조성하고, 작은 예배당을 들였다. 소나무·감나무·사과나무 등 나무 3천여 그루를 심고, 숲과 닿은 대청호에선 연꽃·물수선화·물칸나 등 수생 식물을 길렀다. 자란 수생 식물은 학교 등에 무료 공급하고 있다. 지금 이곳은 ‘천상의 정원’으로 불린다. 그는 “대청호 수질 보존을 위해 정화 식물을 심었죠. 십수 년 동안 주일 등 교회일 빼고는 거의 이곳에서 흙·물과 더불어 농사꾼으로 살았죠. 그사이 충북교육청 과학 체험학습장, 교사 힐링캠프장으로 쓰일 정도로 제법 그럴듯한 공간이 됐네요.”라고 말했다.

식물원 한쪽 작은 예배당에선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기도를 하고 간 이들이 한 두푼씩 헌금을 남겼는데 넉 달 동안 741만2900원이 모였다. 이 돈은 노모를 모시는 이웃 루게릭병 환자 ㅈ 씨에게 고스란히 건넨다. “꼬깃꼬깃한 지폐, 동전 몇 닢 등을 남기는데 사랑이 쌓이듯 목돈이 됐네요. 옥천군과 상의해 가장 필요한 이에게 전하고 있어요.”

주 목사는 2002년 12월 청주에서 주님의 교회를 시작했다. 신도는 7명이던 교회는 신도 1000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담임 목사 6년 단임, 정년 65살 △친인척 세습 불가 △재정 50% 교회 밖으로 등의 원칙을 세우고, 2017년 11월 스스로 퇴임했다. 그리고 2년 전 이곳으로 왔다.

주 목사는 “교회를 사유화하면 공공성과 건강성이 떨어집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습니다. 몇몇 거대 교회의 세습을 보면 볼썽사나워요.”

그는 ‘맑은 가난’과 ‘지역 사회 빛과 소금’을 강조했다. 헌금 등 교회 수입의 50% 이상은 주변 학교 장학금, 농어촌 봉사, 교회·선교 후원 등으로 내놨고, 주변 이웃을 남몰래 돕는 ‘사랑의 나눔 마켓’을 교회 안에 운영하기도 했다. 두 사업만으로도 줄잡아 100여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충북·청주경실련,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 등을 십수 년 지내는 등 사회 개혁 운동에도 앞장섰다.

주 목사는 “교회가 사회를 안아야 하는데 지금은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교회를 자꾸 비워야 사회와 시민의 삶이 편안해진다. 작은 것이라도 기꺼이 나누는 사회를 그리며 산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옥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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