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이 지난 7월 청주 한 아파트에서 숨진 ㄱ군 사망 관련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청주 의붓아들 의문사도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의 연장선이다.
경찰은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아무개(35)씨가 재혼으로 생긴 의붓아들 ㄱ(5)군마저 살해했다고 잠정 결론하면서, 의붓아들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수면유도제로 보고 관련 정황을 제시했다.
26일 충북지방경찰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3월 충북 청주에서 일어난 고씨 의붓아들 의문사도 고씨의 범행으로 잠정결론했다. 충북경찰청은 최근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관련 기록을 보냈으며, 이 기록에는 고씨의 살해 혐의가 포함돼 있다.
ㄱ군 사건을 수사해온 충북 경찰은 지난 6월 ㄱ군 의문사에 대해 고씨는 살인 혐의, ㄱ군의 아버지이자 고씨의 현 남편인 ㄱ(37)는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입건하고 두 갈래로 수사해 왔다. ㄱ씨는 아들 살해 혐의로 고씨를 고소했고, 고씨도 범행을 부인하는 등 부부가 맞섰다. ㄱ씨 쪽은 경찰이 물질적 증거 확보, 고씨 관련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부실 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ㄱ씨 변호인은 26일 낸 보도자료에서 “애초부터 고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구체적 수사를 진행했다면, 제주 전 남편 살해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경찰이 늦게나마 수사의 미흡함을 확인하고 증거자료를 보완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결정을 해 준데 안도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고씨 쪽에 혐의를 둔 결정적 증거는 뭘까? 경찰은 청주 의붓아들 사건을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연장선으로 봤다. 고씨가 수면유도제를 이용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것처럼 청주 사건에서도 수면유도제가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수면유도제를 구매했고, 현 남편한테서 이 성분이 검출됐다.
ㄱ군 사망 시점의 고씨 행적도 눈여겨 봤다. ㄱ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10분께 피를 흘리고 숨진채 발견됐지만,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실제 사망 시점을 이날 새벽 5시께로 추정했다. ㄱ씨는 “자고 일어나 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다”고 했고, 고씨는 “다른 방에 있어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ㄱ군 사망~발견 시간대에 고씨가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ㄱ씨는 “문이 열려 있었고, 아이가 숨진 모습이 보이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제주에서 지내던 ㄱ군을 청주로 데려온 과정, ㄱ군 사망 뒤 고씨의 행적, 고씨와 ㄱ씨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등도 눈여겨봤다. 대부분 정황 위주 증거다.
경찰은 “범행 도구, 목격자 등 직접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고씨의 혐의가 짙다고 잠정 결론했다. 제주 전 남편 사건 연장선에서 판단했다. 피의 사실 공표 때문에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못한다. 기소와 공소 유지는 검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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