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충북 청주는 기록, 정보, 공예의 도시다.
청주는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전해지는 <직지심체요절>(직지)의 고향이다. 직지는 서양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선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됐고,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세종대왕이 청주 초정에서 훈민정음 마무리 작업을 했다는 설도 있다. 지금 지식 정보 혁명을 주도하는 대기업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정보 유산 직지의 본향 청주는 7일 청주공예비엔날레를 개막했다. 1999년 이후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11회째다. 비엔날레는 ‘미래와 꿈의 공예, 몽유도원이 펼쳐지다’를 주제로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진다. 조선 초기 화가 안견이 그린 꿈속 낙원처럼, 미래 공예의 꿈을 그리려는 뜻을 담았다.
청주비엔날레의 주 무대는 폐담배공장이다. 청주 연초제조창으로 불린 이곳은 1946~1999년까지 53년 동안 운영됐다. 청주시는 해마다 100억 개비가 생산되다 멈춘 이곳을 재생해 ‘문화제조창’으로 꾸몄다. 면적 1만㎡, 천장 높이 6.5m, 길이 200m 안팎의 본관·공장·창고 등을 새로 단장해 날 것 그대로인 전시장은 어떤 규모의 작품도 수용한다.
이번 비엔날레에선 35개국 작가 1200여명의 작품 2000여점이 선보인다. 안재영 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시간, 정신, 기술이 결합한 독창적이면서 탁월한 공예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엔날레에선 중국, 덴마크, 헝가리와 타이·필리핀 등 아세안 10국의 공예, 회화 등의 작품을 초청한 초대 국가관을 운영한다. 중국 문화혁명과 개혁·개방을 표현한 위에민준, 섬유로 오로라를 표현한 덴마크 작가 이벤 호이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청주 전역이 전시관으로 탈바꿈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수장고를 개방하고, 청주박물관은 불교 금속공예품을 전시한다. 동부창고, 문화제조창 옆 율량동 옛집과 안덕벌 빈집, 정북동 토성, 청주향교에도 작품이 들어간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주행사장과 지역의 미술관, 박물관 등을 잇는 토요·일요 투어도 운영한다. 공예와 산업을 잇는 공간도 있다. 도자·금속·목공·섬유·종이 공예품 판매장과 지역 작가 등이 참여한 공예 시장도 있다. 까치내 갈대 호드기 만들기 등 체험과 학술회의도 이어진다.
한범덕 비엔날레 조직위원장(청주시장)은 “낡았으되 초라하지 않은 옛 연초제조창을 공예로 물들였다. 공예를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2019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청주 문화제조창. 옛 담배공장이었던 이곳은 도시 재생을 거쳐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