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략과 수탈 정당화 논란에 휩싸였던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이 시민의 공간인 근대문화 전시관으로 탈바꿈한다.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은 1933년 12월 충주시 관아4길(성내동) 지금 자리에 들어섰다. 조선총독부가 주도한 농공·산업정책 특수은행인 조선식산은행은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일제의 대표적 수탈 기관이었다.
충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16일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보수 공사 예산(3억750만원)을 표결 끝(찬성 5, 반대 3, 기권 1)에 통과시켰다. 예산안 심의·표결에 앞서 열린 토론에선 “복원해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쪽과 “인근 충주 읍성 복원과 맞지 않는다”는 등 찬반 의견이 맞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충주시는 내년부터 국비 6억1500만원 등 예산 12억3천만원을 들여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375㎡)을 새로 단장한 뒤 근대 유물과 사진, 기록 등을 전시하는 근대문화 전시관으로 활용할 참이다.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은 충북 북부, 강원 남부권까지 담당해 전쟁 군수 자금공급원 구실을 했다. 이에 복원과 철거 여론이 팽팽했지만, 문화재청은 1930년대 일본식 금융기관의 전형인 목조 양식을 띠면서도 외관은 서양식을 가미한 독특한 형태 등을 이유로 2017년 5월29일 등록문화재 683호로 지정했다.
충주시가 2015년 11월 7억원을 들여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을 사들였지만, 이후에도 철거와 복원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홍식 조선식산은행 건물복원반대 시민행동 대표는 “조선식산은행은 일제 지배, 침략, 수탈의 상징으로 복원보다 청산돼야 할 과거다. 건물 상태도 매우 좋지 않아 복원에도 문제가 있다.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함재곤 충주시 문화예술과 팀장은 “수치스러운 과거도 역사의 한 부분이다. 과거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복원해 시민 공간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