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유성을), 황운하(중구), 조승래(유성갑), 박병석(서구갑), 박범계(서구을), 박영순(대덕구), 장철민(동구·앞줄 오른쪽 두번째부터) 당선자 등이 16일 대전국립현충원의 세월호 교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 제공
“애들 학교도 못 가고, 사람도 못 만나는 전시 상황이다. 국난을 함께 극복하려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래서 1번 찍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주민 김병의(52·회사원)씨는 지난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김씨는 16일 “문재인 정부를 보고 투표했다. 이번 선거를 후보·정책이 사라진 ‘깜깜이’ 선거라고 하지만 정쟁과 정부에 대한 딴지, 뒷북만 일삼은 야당을 심판한 ‘똑똑이’ 선거”라고 했다.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전, 세종을 싹쓸이하는 등 충청에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충청권 28석(대전 7, 세종 2, 충남 11, 충북 8) 가운데 20석(71%)을 차지했고, 미래통합당은 8석에 그쳤다.
충청은 그동안 전국 표심의 가늠자 구실을 해왔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충청권 25석을 여당 새누리당이 12석을 가져갔고, 야당은 민주통합당이 10석, 자유선진당이 3석을 차지하는 등 여야가 황금 분할했다. 20대 때도 27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14석, 민주당이 13석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달랐다. 전국 표심은 전체 의석의 60%(180석)를 민주당과 비례 더불어시민당에 몰아줬지만, 충청은 이보다 많은 의석(20석, 71%)을 민주당에 안겼다.
대전과 세종은 아예 파랗게 물들었다. 대전 7석, 세종 2석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애초 진보 성향,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 대전 새 도심 유성갑(조승래 의원), 유성을(이상민 의원), 서구갑(박병석 의원), 서구을(박범계 의원) 등 어렵지않게 현역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옛 도심으로 보수세가 강해 20대 때 패했던 동구(장철민), 중구(황운하), 대덕구(박영순) 등은 새 선수가 출전해 모두 승리했다.
대전에선 지역주의 바람이 분 15대 총선 때 자유민주연합,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거세게 몰아친 17대 총선 때 열린민주당이 싹쓸이를 했었다. 이광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은 “통합당은 정부의 경제 살리기, 코로나19 대책 등에 발목잡기로 일관할 뿐 대안 정당으로서 기능하지 못했다”며 “대안 정당에게서 등 돌린 민심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신뢰와 대통령 지지도 상승으로 나타났고 총선에서 여당 후보 지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인 세종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 세종갑에선 홍성국 후보가 56.45%를 득표해 32.79%에 그친 통합당 김중로 후보를 멀찍이 따돌렸다. 세종을은 강준현 후보가 57.96%를 얻어 통합당에서 전략 공천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18.28%포인트 차로 이겼다.
충남의 민심은 ‘구관’을 택했다. 11곳 가운데 9곳을 현역이 수성했다. 민주당은 천안·아산·당진 등 신도시·공단 지역을 중심으로 6석, 통합당은 도농 복합지역 현역의 선전으로 5석을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변인 박수현 후보와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 정진석 후보가 격돌한 공주·부여·청양에선 초접전을 벌이다 정 후보가 2624표(2.22%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유진숙 배재대 교수(정치언론안보학과)는 “충남은 영호남보다 지역주의가 약하고 전통적으로 실용주의적 투표 경향이 강해 지역에 따라 다른 투표 결과가 나왔다. 대전 충남 새 도시를 중심으로 이른바 386, 486 젊은 정치인들이 기반을 다진 것도 대전, 충남 민주당 강세의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충북은 도시는 진보 여당, 농촌은 보수 야당을 선호하는 이른바 ‘여도야촌’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충북 전체 의석 8곳 가운데 민주당이 5석, 통합당이 3석을 차지했다. 통합당은 북부권 제천·단양(엄태영)과 충주(이종배), 남부권 보은·옥천·영동·괴산(박덕흠) 등 3곳에서 승리했다. 20대 때는 민주당이 3석, 통합당 뿌리인 새누리당이 5석이었다.
민주당은 도시로 분류되는 청주에서 4석을 싹쓸이했고, 혁신도시 조성 이후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는 진천·음성·증평에서 승리했다.
후보들의 지역별 득표를 보면 여도야촌 현상이 두드러진다. 청주 청원선거구 민주당 변재일 당선인은 55.99%를 얻어, 44.42%에 그친 통합당 김수민 후보를 여유 있게 눌렀다. 변 당선인은 아파트·산업단지 등이 들어선 새 도시 오창에서 1만6695표를 얻어 1만1352표에 그친 김 후보를 앞섰지만 농촌지역 북이·내수와 옛 도심 우암·내덕 등은 졌다. 증평·음성·진천 지역구 민주당 임호선 당선인은 통합당 경대수 후보와 2.85%포인트 차 초접전을 벌였다. 임 당선인은 지역구 최대 표밭인 음성에서 47.31%에 그쳐 51.12%를 득표한 경 후보에 고전했다. 임 당선인은 음성 대부분 지역에서 경 후보에게 밀렸지만, 혁신도시가 들어선 맹동과 산업단지가 있는 대소에서 경 후보에 앞서면서 승기를 잡았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정치학 전공)는 “야당의 정권 심판 프레임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대세에 묻혔다. 야권에서 정책과 후보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한 것도 패배의 원인이다. 도시는 여권, 농촌은 야권으로 표심이 결집하는 등 소지역주의적 성향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송인걸·최예린·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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