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판교면에 있는 판교역 모습. 충청남도 제공
‘시간이 멈춘 마을’ 충남 서천군 판교면. 1930년대 충남 3대 시장으로 꼽히던 판교면에는 여전히 낡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근대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일제강점기 뒤 이 마을에 세워진 판교 극장은 1960년대 주변 마을 사람들까지 몰려와 영화를 보고, 공연을 즐기던 곳이다. 극장 건물은 낡은 나무문, 좁게 난 매표소 창문, 그 시설 그 모습을 간직한 채로 여전히 마을 한 쪽에 서 있다.
서천군은 멈춘 시간 속에 있는듯한 판교극장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일할집’으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판교극장 옆 또 다른 근대 건축물인 농협 창고도 청년을 위한 ‘놀집’으로 꾸밀 참이다.
서천군은 지난 3월 충남도에 판교면의 낡은 근대 건축물의 느낌을 살린 ‘뉴트로’ 콘셉트의 청년 문화예술 활동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서천군은 판교면 안의 빈집도 리모델링해 이 마을에서 살기 원하는 청년과 연결해 줄 계획이다. 옛 극장과 창고는 청년 단체와 공간 전문가가 함께 의논해 고치고 꾸미게 할 참이다. 이렇게 마련한 문화예술 공간을 중심으로 판교면을 ‘청년이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겠다는 것이 서천군의 구상이다.
충청남도는 4일 서천과 공주·아산·천안·태안 등 5개 시·군을 ‘충남 청년멘토 시·군 자율기획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공주시는 청년 공유공간과 지역살이를 연계한 ‘꿈틀대는 청년, 공주를 바꾸다’, 아산시는 ‘아산에서 한달살이’, 태안군은 ‘해양관광 전문 청년 멘토 육성’, 천안시는 ‘청년 심리지원 서비스’ 등의 사업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도와 각 시·군이 절반씩 부담해 사업당 1억6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노경원 충남도 청년소통팀 주무관은 “청년 인재 유출을 막고 수도권 지역의 청년을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한 지역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며 “각 시·군이 청년들의 지역살이를 도울 방법을 지역별 형편과 특색에 맞게 자유롭게 기획하고, 그것을 청년 단체와 전문가 등이 평가해 사업 대상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