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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광 가속기’ 최종후보지 청주·나주 압축…7일 현장 실사

등록 2020-05-06 19:33수정 2020-05-06 19:48

청주 “접근성, 산학연 연계 가능성 강점”
나주 “블루 이코노미, 한전공대 연계 효과”
4파전 벌인 경북 포항·강원 춘천은 고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추진하는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조감도. 정부와 자치단체는 2022~2028년 1조원을 투자해 방사광 가속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추진하는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조감도. 정부와 자치단체는 2022~2028년 1조원을 투자해 방사광 가속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 로봇 부품 등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1조원대 국책사업인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후보지가 충북 청주 오창과 전남 나주로 압축됐다. 이들과 방사광 가속기 유치 4파전을 벌였던 강원 춘천과 경북 포항은 고배를 마셨다. 강원 쪽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지원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부지선정평가위원회(과기부 가속기평가위)는 6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발표 평가를 통해 청주와 나주를 최종후보지로 선정했다. 두 곳은 7일 현장 확인·평가를 거쳐 최종 우선 협상 지역(1순위)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과기부 가속기평가위는 지난달 29일 청주, 나주, 포항, 춘천 4곳의 유치 계획서를 접수한 뒤 서류 심사에 이어, 이날 현장 설명과 질의·응답 평가를 진행했다. 청주와 나주는 △부지 기본 요건 △입지 조건(안전성, 접근성, 편의성, 미래 확장성) △자치단체 지원 등 항목별 평가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얻었다.

청주 오창 테크노폴리스 53만9천㎡를 방사광 가속기 후보지로 제안한 청주는 수도권 등 전국 2시간 이내 교통 접근성, 오창·오송·대덕 등 산업단지 연계성, 정부 부처와 국책연구기관과 연계성 등을 강조했다. 허경재 충북도 신성장산업국장은 “접근성, 발전 가능성, 부지 안정성 등이 빼어나고, 사전 행정절차를 이미 마무리해 과기부 계획보다 1년 정도 빠르게 착공할 수 있는 입지 강점을 부각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청주 오창은 정부 부처, 산업단지, 연구기관과 연계 효과가 좋아 방사광 가속기의 성과물이 다른 산업·연구 등으로 흘러들게 할 수 있어 최적지다. 국가·산업 균형 발전을 위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방사광 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 주민 230만명의 서명을 앞세워 전남 나주 유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전남도 제공
방사광 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국회 앞에서 주민 230만명의 서명을 앞세워 전남 나주 유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 혁신도시 120만㎡를 방사광 가속기 구축 입지로 제시한 나주는 호남권 230만명의 유치 서명을 중심으로 지역 지원·협력, 국가 균형발전, 한전공대와 연계한 신산업 시너지 효과 등 장점을 내세웠다. 전남도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기대를 비춘 블루 이코노미와 한전공대 연구에 연계할 수 있다는 전략이 주효한 듯하다. 나주는 안전성·확장성·편의성·균형성을 고루 갖춘 만큼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이어 “예정 터의 90%가 표고 30m 이하 평지여서 공사를 2년 단축하고, 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경북 포항 방사광 가속기.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 방사광 가속기.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은 기존 구축된 3·4세대 가속기를 통한 집적 발전, 강원 춘천은 서울 등 수도권 접근성과 자체 추가 투자 등을 내세웠지만 청주와 나주에 밀렸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 안 33만㎡를 후보지로 제시하고 유치전에 나섰던 경북과 포항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권혁원 포항시 환동해미래전략본부장은 “포항시는 기존에 구축된 방사광 가속기 2기와의 연계성과 집적성 등 장점이 많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지난달 7일 강원도청에서 한양대와 방사광 가속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강원도 제공
강원도와 춘천시는 지난달 7일 강원도청에서 한양대와 방사광 가속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강원도 제공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춘천혁신도시 121만2천㎡를 후보지로 내세웠던 강원과 춘천은 탈락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방사광 가속기 시설이 대전, 부산, 경북 등 충청과 영남지역에 편중돼 있어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접근성, 지질·재해 안전성 등의 여건을 고려할 때 춘천이 최적지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점이 심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수철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전문위원장은 “이미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결과를 사전에 결정해두고 들러리를 세운 것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전자를 가속해 빛(방사광)을 얻어 내는 장치로,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구조 분석, 반도체 나노 소자 구조 분석, 질병 진단 로봇 개발 등에 쓰인다. 물질의 기본 입자를 관찰하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으로, 국내엔 포항에 3, 4세대 각 1기씩 구축돼 있으며, 일본·미국·러시아에 각 7기, 독일에 6기가 구축돼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설치의 생산유발 효과는 6조7천억원에 이르고, 부가가치 2조4천억원 유발·13만7천명 고용 창출 등 효과가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2018년에 내놨다.

오윤주 안관옥 박수혁 김일우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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