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관찰된 충남 태안 근흥면 ‘궁시도’에서 태어난 괭이갈매기 새끼 모습.
서해안의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서식지인 충남 태안 ‘난도’ 인근 섬인 ‘궁시도’에서 수천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집단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도 이외의 충남 서해에서 괭이갈매기 집단서식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태안군은 최근 태안 근흥면 궁시도에 5천여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서식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군은 난도의 괭이갈매기 수가 늘면서 일부가 인근 섬으로 옮겨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충남 태안 근흥면 ‘궁시도’에 터를 잡은 괭이갈매기들 모습.
섬 모양이 활과 시위에 걸린 화살을 닮아 이름 붙은 궁시도는 국내 대표 괭이갈매기 서식지인 난도와 2.85㎞ 떨어진 무인도다. 궁시도 앞바다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김성완(53) 선장은 “어느 날부터 ‘궁시도’에 괭이갈매기들이 한두 마리가 보이더니 지금은 개체 수가 엄청 늘어나 장관을 연출한다”고 전했다.
원조 격인 난도는 해마다 4∼5월이면 2만8천마리 이상의 괭이갈매기가 날아들어 1982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334호로 지정됐다. 김미란 박사(전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러 해 동안 난도의 괭이갈매기 밀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몇해 전부터 궁시도에도 괭이갈매기 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증언이 있었다”며 “개체 수가 늘면서 난도나 다른 섬에 자리 잡지 못한 일부 괭이갈매기들이 새로운 번식지를 찾아 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상위 포식자인 괭이갈매기 수가 늘었다는 것은 주변 바다의 먹이 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 근흥면 ‘궁시도’에서 알을 품고 있는 괭이갈매기 모습.
태안군은 궁시도에서 괭이갈매기 집단서식이 확인된 만큼 ‘알 불법채취’를 막을 대책 수립에 나섰다. 괭이갈매기 알이 원기회복과 피부미용 등에 좋다는 헛소문이 돌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난도에서도 해마다 ‘알 불법채취’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월에는 괭이갈매기 알 1천여개를 채취한 일당 3명이 해경에 검거되기도 했다.
군은 괭이갈매기가 해양환경을 살피는 가늠자이므로, 괭이갈매기들이 안전하게 산란할 수 있도록 섬에 오르거나 알을 채취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괭이갈매기는 해양 생태계 상위 포식자로, 먹이사슬을 거치며 쌓인 오염물질 등이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해양환경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바닷새기 때문에 괭이갈매기 알을 분석하면 한반도 주변 해양환경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충남 태안 근흥면 ‘궁시도’에서 태어난 괭이갈매기 새끼 모습. 뒤로 멀리 서해안의 대표 괭이갈매기 집단서식지인 ‘난도’가 보인다.
지현규 태안군 기획감사실 주무관은 “괭이갈매기 알은 오염물질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커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또 괭이갈매기 알을 가져가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괭이갈매기는 봄·여름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찾아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 뒤 동남아시아 등 남쪽으로 가 겨울을 나는 철새다. 우리나라에선 서해 난도(태안), 칠산도(전남 영광), 서만도·백령도(인천), 남해 홍도(경남 통영), 동해 독도(경북 울릉) 등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사진 태안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