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등으로 이뤄진 충북농민수당추진위원회가 지난 15일 충북도 앞에서 농민수당 관련 조례 제정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충북농민수당추진위원회 제공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보상과 농민의 권리를 보장 뜻을 담아 농민 등이 주민발의한 농민수당 지원 조례가 표류하고 있다. 충북도의회가 조례안 심의·의결을 보류하자,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16일 성명을 내어 “지난 4월 농민수당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해 도민 2만4천여명이 주민발의 했지만 충북도는 예산 타령만 하고, 충북도의회는 도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채 외면하고 있다. 이는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충북도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것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기본 계획을 마련하라. 충북도의회는 농민수당 주민발의안을 성의껏 논의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15일부터 날마다 충북도청 앞에서 ‘주민발의 무시 도의회는 각성하라’ 등의 팻말을 앞세우고 농민수당 조례 심의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농번기지만 도민과 약속인 농민수당 조례 제정을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의회는 조례안 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박형백 전농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은 “도의회가 2개월째 조례안 심의를 미루고 있다. 도의 눈치를 보는듯하다. 차일피일 미루다 깔아뭉개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등으로 이뤄진 충북농민수당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농민수당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앞서 농민단체 등은 농민 등 주민 2만4128명의 서명을 받아 ‘충청북도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주민 발의했다. 지난 3월30일 도의회에 제출한 조례안은 충북지역 농업인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담고 있다. 이웃 충남과 전북, 전남 등은 농민수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신중한 태도다. 이상식 충북도의회 대변인은 “지난 4월 충북도를 거쳐 주민발의 조례안이 의회로 넘어왔지만 도민과 공감대 형성, 청년 등 다른 계층과의 복지 형평성, 예산 등 관련 논의가 필요해 잠시 보류한 것이다. 농민 등의 뜻을 무시하거나 농민수당 조례 제정을 막으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충북도의회, 충북도, 농민단체 대표 등은 16일 오후 충북도의회에서 농민수당 조례 관련 간담회를 진행해 접점 조율에 나섰다. 이상정 충북도의회 의원은 “다달이 지급할 수당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이고, 대상을 농업인경영체(11만명)로 정해 관련 연간 예산을 660억원 정도로 조정하는 안을 협의했다. 조례 명을 포함해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지만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다음 달 다시 만나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도는 주민발의 농민수당 조례 제정이 마뜩잖다. 앞서 충북도는 지난해 농민수당의 대안으로 ‘충북형 농가 기본소득 보장제’를 내놨다. 이는 농지면적 0.5㏊, 연간 소득 500만원 이하 저소득 농가(4500여곳)에 연 50만~120만원을 차등 지원하는 것으로, 모든 농업인에게 수당을 지원하는 농민수당과 차이가 있다.
게다가 박덕흠 미래통합당 의원(농업인 기초연금 지원을 위한 특별법),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농어업인 공익 수당지원법) 등이 국비 지원을 전제로 한 농민수당 관련 유사 법안을 제출하자 충북도는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충북에서 주민 발의한 농민수당 조례와 충북도의 농가소득 기본소득 보장제 모두 국비 없이 지방비만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 장판성 충북도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농민수당 조례가 시행되면 450여억원(7만5천여 농가 기준)에서 900여억원(농업인 15만9천여명 기준)의 재원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부담스럽다. 국비를 담보할 수 있는 비슷한 성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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