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앞줄 왼쪽 둘째 안경쓴 이) 등이 지난달 과수 화상병이 확산하고 있는 충주 산척면의 한 농가를 찾아 화상병 현황 등을 살피고 있다.
예방 백신, 치료제가 없는 데다 감염 경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과수 코로나’로 불리는 과수 화상병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7일 충북도의 말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충북지역 농가 409곳에서 과수 화상병 확진 진단을 받았다. 면적은 229.5㏊다. 지난달 27일 확진 농가가 51곳이었지만 20일 만에 8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45곳(88.9㏊)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급’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농업기술원 등의 간이 진단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만 429곳이어서 피해는 계속 늘 전망이다.
특히 충주가 심각하다. 충주에선 지금까지 289곳이 확진돼 전체 확진 농가의 70.6%를 기록했다. 충주지역 전체 사과·배 농가(1788곳)의 16.2%가 확진돼 과수를 모두 땅에 묻어야 한다. 게다가 간이 검사에서 충주 과수 농가 299곳은 양성 판정을 받은 터라 확진 농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충주 사과 주산지인 산척, 소태 등은 초토화 상태다. 특히 산척면은 사과·배 재배농가 150곳(지난해 말 기준) 가운데 143곳(95%)이 확진돼 매몰을 진행하면서 거대한 ‘사과·배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홍준표(60) 산척면 송강리 이장은 “대부분 과원이 문을 닫고 과수를 땅에 묻고 있다. 참담하다. 몇몇 농가만 농약을 치며 병을 막아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주지역 농가에선 예방적 차원에서 산척·소태·앙성·엄정면 모든 사과·배 과수를 매몰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홍 이장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아예 화상병 발생 농가 주변 과수 농가 전체를 폐원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부가 확실한 답을 빨리 주지 않으면 병도 못 잡고,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송 충북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주무관은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전체를 매몰하는 계획은 아직 없다. 매몰에 따른 보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과수 화상병은 충북을 넘어 전국으로 대유행 조짐을 보인다. 애초 충주를 거쳐 제천(109곳)으로 북상했던 화상병은 진천(2곳), 음성(9곳)으로 남하했다. 게다가 경기 안성·파주·이천·연천·양주·광주, 충남 천안, 전북 익산까지 번지는 등 감염 경로 또한 종잡을 수 없다. 이헌구 충주농업기술센터 농업환경팀장은 “애초 고온건조해지면 사그라들것으로 예상했는데 요즘 잦은 비로 습도가 높아지면서 좀처럼 확산 세가 잡히지 않는다. 진딧물·나방·응애 등 화상병 세균을 옮길 수 있는 접촉 전염원인 해충이 많아지는 등 여건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과수 화상병 종합 대책 수립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농촌진흥청과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정부에 피해 농가 보상 대책을 요구했다. 송용섭 충북농업기술원장은 “과수 화상병이 미발생 지역으로 확산해선 안 된다. 충북 전역을 정밀 예찰하고, 매몰 속도를 높여 화산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