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이 보유 동물을 희귀성·가격 등에 따라 차등 구분하던 것을 포유류·조류 등 생물 과학적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또 동물 개체 수 관리를 위해 번식 제한·안락사 등을 추진할 때 내외부 의견을 조율하는 ‘윤리위원회’를 두는 등 동물 복지·존엄에 바탕을 둔 운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청주동물원은 2014년 만들어진 ‘청주동물원 동물관리규정’(훈령)을 최근 개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규정은 1997년 동물원 개장 때 제정됐으며, 1998년과 2012년 일부 개정했지만 틀은 유지됐다.
동물의 구분 관련 개정이 눈에 띈다. 기존 동물의 구분(규정 제4종)은, 멸종 위기종·평가액 500만원 이상 ‘대 동물’, 멸종위기종·평가액 200만~500만원 미만 ‘중 동물’, 그 밖의 동물 ‘소 동물’ 등 값에 따라 대·중·소로 구분했다.
개정 규정에선 값에 따른 구분을 없애고, 포유류·조류·파충류 등으로 구분했다. 청주동물원에는 사자 등 포유류 36종 150여 마리, 독수리 등 조류 39종 250여 마리, 살가타거북 등 파충류 6종 10여 마리가 있다. 최태규 청주동물원 주무관은 “국내 최대 서울대공원이 희귀성·가격 등에 따라 ‘갑·을·병’으로 나누는 등 국내 대부분 동물원이 이 기준에 따라 동물을 구분한다. 동물을 값에 따라 분류하는 게 동물 복지·존엄에 맞지 않아 폐지하기로 했다. 전국 동물원 가운데 처음”이라고 밝혔다.
동물원 윤리위원회도 두기로 했다. 윤리위는 소장을 위원장으로 동물 윤리학·야생동물보전학 전공자, 수의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7명 이내로 구성한다. 윤리위는 동물원 종합계획, 동물 보유 계획 등을 논의한다. 특히 개체 수 관리를 위해 번식을 제한하거나 건강한 동물을 안락사할 때도 운용한다. 최 주무관은 “동물 복지 차원에서 합리적·객관적으로 동물원을 관리·운영하려고 윤리위원회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정 전염병 관련 규정도 명문화했다. 동물이 법정 전염병에 걸렸거나, 의심이 가면 관람을 금지하고, 동물원 반경 3㎞ 안에 전염병이 퍼지거나 우려가 있어도 관람을 금지할 수 있다. 동물 사체는 의료 폐기물로 처리하고, 관람객이 다른 사람·동물에게 위해를 가하면 격리·퇴장 조처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청주동물원의 동물 가격에 따른 구분 폐지는 시민의 바람, 동물 복지와 상관없이 경제적 기준 만으로 동물을 관리하던 관행에서 벗어난 조처로 전국 동물원의 모범 사례다. 윤리위 운영 또한 선진적 사례로 전국의 동물원이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주동물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