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부석사 무량수전 처마를 두고 ‘춤추는 듯하다’고 했다. 날렵하게 하늘로 살짝 들어 올린 전통 기와집 추녀의 멋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 전통 기와집 처마의 추녀를 닮은 충북 청주시 새 청사가 들어선다.
청주시는 청주시 새 청사 국제 설계공모에서 노르웨이 건축가 로버트 그린우드의 작품을 1순위로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로버트 그린우드는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부산 오페라 하우스 등을 설계한 노르웨이 건축사 스노헤타의 대표 건축가다. 김준성 청주시 새 청사 국제설계공모 심사위원장(건국대 교수)은 “청주의 시대성·지역성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새로운 비전을 지닌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다음 달 로버트 그린우드 쪽과 계약한 뒤 300일 안에 실시 설계를 할 계획이다. 내년 7월께 시공사를 선정하고,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새 청사를 선보일 참이다.
로버트 그린우드는 설계에서 어린이 놀이 공간, 도서관 등을 지닌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지상 7층 규모의 시청과 의회 등을 배치하는 독창적 설계와 모형을 출품했다. 이 설계안에선 지금 청주시청 본청 건물을 유지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1965년 지어진 청주시청 본청은 청주의 옛 이름 ‘주성’(舟城)에서 착안해 배 모양으로 지었다. 이 건물을 보전에 나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했고, 문화재청은 청주시에 건물 보전 권고를 했다. 신의석 청주시 청사건립팀 주무관은 “선정 설계안을 보면 본청을 그대로 두고 주변에 새 청사를 배치하는 형태다. 전통 기와집의 처마를 형상화한 독특한 설계가 눈길을 끈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지난 2014년 7월 청원군과 통합하면서 새 청사 건립을 추진해왔다. 기존 청사 리모델링과 신축 사이에서 고민하다 신축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 청사 건립 예산은 2312억원(공사비 1424억원)이며,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지금 청주시청을 포함한 2만8459㎡에 새 청사를 지을 참이다. 청주시는 통합 이후 업무 공간이 부족해 청주시청 주변 건물 4곳에서 ‘네 지붕 한 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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