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안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왼쪽부터). 충북도 제공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개방된 청남대 안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이달 안에 철거하는 게 어렵게 됐다. 두 동상 철거 근거가 될 조례 제정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동상 철거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는 7월 안 동상 철거와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가 17일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17일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5명이 낸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미상정하기로 했다. 임영은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은 “동상 철거와 조례 제정에 관한 도민 여론이 찬반으로 나뉘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토론회·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처리할 필요가 있다. 한 달 정도 다각도로 검토한 뒤 9월 회기에서 다룰 계획이다. 보수 단체 등의 눈치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상식 의원은 “동상 철거 관련 찬반 논쟁, 갈등,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조례 제정인데 미상정 결정을 해 안타깝다. 다음 회기에선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충북시민사회단체 10여곳이 꾸린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회가 지난 5월 충북도청 앞에서 청남대 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등 기념물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앞서 지난 5월13일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10여곳이 꾸린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회는 충북도를 찾아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과 기록화 등 기념물을 철거를 촉구했다. 이들은 “군사 반란을 일으킨 역사적 죄인을 미화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늦어도 7월 안에 동상을 철거하라”고 밝혔다. 이에 충북도는 도정 자문위원회를 거쳐 동상 철거를 결정했다. 충북도는 “동상 철거를 결정했지만 관련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 등이 지난달 29일 동상 철거의 근거가 될 조례안을 내면서 조례 제정과 동상 철거 시기를 놓고 관심을 끌었다. 이 조례안은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기념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보수성향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이 지난 7일 충북도청 앞에서 청남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와 관련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오윤주 기자
하지만 보수 성향 단체들이 동상 철거와 조례 제정 반대에 나섰다. 이재수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 대표는 지난 7일 충북도청 앞에서 연 집회에서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는 원칙도, 근거도 없는 정치적 결정이다. 동상을 철거한다고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청남대 동상 철거를 위한 조례 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도의회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미상정하자 진보 성향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정지성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회 공동 대표는 “지난 5월 이시종 충북지사와 가진 면담 뒤 충북도에서 7월 안에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했다. 충북도는 조례안 핑계 뒤에 숨지 말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아울러 충북도의회는 보수 단체 눈치 보지 말고 하루 빨리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변 184만㎡에 조성됐으며, 이후 역대 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다가 2003년 4월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민에게 개방했다. 관리권을 받은 충북도는 2015년 청남대를 이용한 역대 대통령 테마 길과 동상 등을 설치했으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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