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형사6부(재판장 허용석)는 10일 이아무개(50)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대신 교통사고특례법의 치사죄를 적용해 금고 2년형을 내렸다. 이씨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대전지법 천안지원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내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파기환송심에서 살인죄를 벗고 금고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남성이 아내를 살해하려고 고의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봤다.
대전고법 형사6부(재판장 허용석)는 10일 이아무개(50)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살인과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신 재판부는 교통사고특례법의 치사죄를 적용해 금고 2년형을 선고하고 이씨를 법정 구속했다.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고의 교통사고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원 중 54억원은 일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다른 법정 상속인과 나눠 받게 돼 있다”며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살인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졸음운전을 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 피고는 만삭의 아내가 안전벨트를 풀고 좌석을 젖힌 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4년 8월23일 새벽 3시41분께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근처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동승한 임신 7개월의 아내(당시 24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졸음운전을 하다 화물차를 못 보고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가 아내 사망 전 25개 보험상품에 가입했고, 사망보험금이 모두 95억원에 달하고 매달 납부한 보험료만 400만원이 넘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이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이를 근거로 이씨를 살인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사고 두 달 전 30억원의 보험을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2017년 5월 대법원은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특별히 경제적으로 궁박한 사정도 없이 고의로 자동차 충돌사고를 일으켜 임신 7개월인 아내를 태아와 함께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려면 그 동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이후 3년 넘게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보험금을 타려는 살해 동기가 명확하다”며 이씨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이씨 변호인은 “살인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무죄”라고 맞섰으나 결국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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