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얼을 계승한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이름을 바꾼다.
충북 청주시는 청주고인쇄박물관 명칭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변경 명칭을 공모한다. 이어 시는 시민투표, 박물관 운영위원회,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10월께 새 박물관 이름을 정할 참이다. 이상호 청주고인쇄박물관 운영사업과장은 “오랜 기간 사용한 이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달라진 박물관의 위상을 반영하고 박물관 발전을 위해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백운화상 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을 인쇄한 청주 흥덕사 터에 1992년 3월17일 문을 열었다. 1985년부터 이어진 흥덕사지 출토 유물인 청동금구 등과 직지 금속활자 복원판, 직지 영인본, 목판본, 유네스코 기록유산 인증서, 고려 시대 금속활자 유물 등이 소장돼 있다. 주변에 근현대 인쇄전시관과 금속활자 전수 교육관도 들어섰다.
고인쇄박물관 명칭 변경은 지난 2019년 고인쇄박물관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맡겨 진행한 ‘고인쇄박물관 중장기 발전 방안 연구’에서도 제시됐다. 당시 보고서를 보면, ‘청주’라는 지역과 ‘고인쇄’라는 명칭의 장단점을 함께 제시했다. 이상호 과장은 “청주와 고인쇄라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지만 지역과 고인쇄라는 틀에 갇힐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청주 하이닉스 반도체 등 미래 인쇄 기술까지 담은 미래관 조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터라 근현대 문화를 아우르는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쇄박물관은 명칭 공모와 별도로 이달 안에 교수 등으로 이뤄진 박물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명칭 변경을 논의할 계획이다. 곽동철 고인쇄박물관 운영위원(청주대 문헌정보전공 명예교수)는 “30년 동안 써 온 이름을 바꾸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다. 그동안 몇 차례 명칭 변경 얘기가 나왔지만 직지와 금속활자의 가치, 근현대 인쇄문화의 메카이면서 미래 인쇄문화의 중심이라는 뜻을 아우르는 이름 찾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이름을 전제로, 신중하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쇄박물관 체질 개선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명 전 청주박물관장은 “역사와 정체성을 두루 담은 박물관은 기업처럼 쉽게 이름을 바꿀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신중해야 한다“면서 “박물관의 위상을 위해서라면 직지의 가치에 걸맞게 국립박물관으로 격상하고, 박물관 조직·역할·규모 등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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