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청산지역아동센터에 마련한 야간 공부방. 이곳에선 청산행정복지센터 새내기 공무원이 틈틈이 수학, 영어 등을 가르친다.
“학창 시절 차로 30~40분 떨어진 보은 학원에 다니면서 아쉬웠습니다. 고향 후배들이 뜻을 펴는 데 힘닿는 대로 돕고 싶어요.”
충북 옥천 청산면 행정복지센터(옛 면사무소) 9급 공무원인 최진규(27)씨는 청산지역아동센터에서 매주 한차례 수학 강사로 변신할 예정이다. 철학을 전공했지만 고향 후배들을 위해 선뜻 나섰다. 최씨는 지난해 9월부터 공무원에 임용될 때까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동료 공무원 김민주(25)씨도 한주에 한번 영어 선생님을 맡는다.
두 사람은 청산에서 나고 자랐다. 청산초·중, 서울시립대 동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각각 청산면 행정복지센터로 발령 난 최씨와 김씨는 고향 후배들을 위해 재능 기부를 자처했다. 국사학 전공인 김씨는 “최근까지 공무원 임용 시험공부를 했다. 이제 일도 하면서 새로 공부해 가르쳐야 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면서도 “재밌고, 보람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은 최근 청산지역아동센터에 공부방을 열었다. 매주 화요일에는 국어·영어 강의가, 목요일에는 수학 강의가 열린다. 국어는 충북대 대학원생인 최승원(35)씨가 가르치기로 했다. 벌써 지역 중학생 5명이 수강 신청을 했다.
지난해 6억7천만원을 들여 이 센터를 만든 옥천군은 올해 지역 아동을 위해 급식비·운영비 등 1억원 남짓을 지원한다. 김희선 옥천군 아동친화팀 주무관은 “인구 3천명이 채 안 되는 청산은 변변한 학원이 없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학습 사각지대다. 지역 인재를 키우려고 공부방을 만들고, 운영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옥천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