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청이 중고차 강매 집단으로부터 압수한 중고차 매매 대장과 컴퓨터.
지난 2월24일 충북 제천에서 60대 ㄱ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휴대전화에선 “범죄 집단에 속아 차를 비싸게 샀다. 너무 억울해서 못 살겠다.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는 유서 형식의 메모가 나왔다. 유족은 이 메모를 경찰에 전달한 뒤 수사를 촉구했다.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수사에 착수했다. 2개월여 동안 펼친 수사 결과, 숨진 ㄱ씨의 메모처럼 중고차 강매 집단의 실체가 드러났고, 11일 이 집단 총책임자 이아무개(24)씨 등 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2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이씨 등은 지난 2월5일 ㄱ씨에게 200만원 상당의 화물차를 700만원에 강매하는 등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50여명한테 중고차를 강매해 6억여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사고 있다. 피해자는 충북 등 전국에 걸쳐 있었으며, 2000만원 짜리 차를 4000만원에 산 이도 있었다. 이씨 등은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 미끼 중고차 매물 사진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을 유인해 차량을 강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60대 안팎의 피해자가 많았다.
이들은 총책 이씨 아래 범죄 집단을 꾸리고 전화 유인책(텔레마케터), 현장 출동조, 가짜 영업사원, 자금 조달책 등 역할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은수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이들은 인천 등의 중고차 매매 단지 주변에 기생하면서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가짜 매물을 보러 온 피해자에게 ‘급발진 차량’이라고 속인 뒤 다른 차를 소개하겠다며 감금하거나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비싼 값에 다른 차를 팔아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충북경찰청은 중고차 강매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오 대장은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50여명이지만 더 늘어날 수 있어 여죄를 캐고 있으며, 다른 강매 조직 관련 수사도 하고 있다. 시세보다 턱없이 낮게 책정된 중고차는 가짜일 확률이 높은 만큼 신뢰 있는 중고차 매매상을 이용하고, 영업사원 등의 신분을 정확히 살피는 게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