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 전시. 오주영 작가의 ‘쥐들에게 희망을 버전2’와 ‘기대치 않은 풍경 버전2’.
“그러나 전원이 켜졌다. 광학 신호, 소리 신호가 들어오고 네트워크에도 연결이 되었다. 멈췄던 내면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자이로스코프가 위아래 방향을 알려 주었다.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다. 눈앞에는 유희가 서 있었다.” (대전시립미술관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에 전시된 배명훈 소설가의 단편소설 중)
검은 장막을 지나 만나는 게임의 세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에서 8일부터 시작한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 전시회는 게임이라는 환상 현실(Fantasy Reality)로 미래 문화를 보여주려 한다.
엔시(NC)소프트의 작가들이 참여한 ‘엔시플레이(NC Paly)’ 전시는 ‘게임’과 ‘즐거움’이란 주제로 문자와 글과 가상의 세계를 눈앞에 보여준다. 조규영 작가가 게임 캐릭터로 형상화한 알파벳으로는 관객이 직접 글자를 조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조규영 작가의 게임 캐릭터로 형상화한 알파벳 에이치(H).
김금희, 김중혁, 김초엽, 박상영, 배명훈, 장강명, 편혜영 등 7명의 소설가도 ‘즐거움의 미래’란 주제로 각자의 상상을 풀어냈다. 소설의 일부는 전시돼 있고, 소설마다 부여된 큐아르(QR)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전체 소설을 읽을 수 있다.
게임 속 조연 캐릭터로 이야기를 만든 웹툰도 눈앞에 펼쳐진다. 앤시소프트의 작가들이 게임에 존재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인 엔피시(NPC, Non-player character)로 이야기를 짰다. 전시된 화면으로 리니지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엔피시들이 주인공이 된 확장된 게임 세계관을 만날 수 있다.
‘쥐들에게 희망을 버전 2’와 ‘기대치 않은 풍경 버전 2’는 레트로 게임을 모티브로 한 오주영 작가의 작품이다. 음악과 네온사인과 게임기가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레트로 게임은 오주영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고, 전시된 게임기로 관객들이 직접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앤씨소프트 소속 작가들이 게임 속 앤피시(NPC, Non-player character)로 이야기를 만든 웹툰의 이미지.
염인화, 전정진, 홍진석 작가로 꾸려진 에스오에스(SOS)팀과 김태환, 김성현 작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예술적 감성을 구현하는 작품들은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대전시립미술관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엔시소프트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전시는 오는 9월5일까지 이어지고, 관람료는 무료다. 남주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게임은 기술에 인간의 상상력을 더해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미디어”라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출신 작가들이 창의력 넘치는 작품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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