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무실 아닌 지역 체류형 근무제도
강원·경남·경북·제주 등 전국서 실험 중
강원·경남·경북·제주 등 전국서 실험 중
강원도 평창군이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미탄면 소규모 농촌 마을인 어름치 마을에서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쉼’을 즐기는 형태의 워케이션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한 참가자가 ‘차박 성지’로 알려진 육백마지기 인근 나무 그늘에서 일하는 모습. 평창군 제공
강원도관광재단이 지난 3월 인터파크와 손잡고 ‘강원 워케이션 특화상품’을 출시해 두달 만에 8238박이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은 강원도관광재단이 강원도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홍보물. 강원도관광재단 제공
일·휴가를 동시에…워케이션 뜬다 코로나19로 재택이나 원격근무가 늘면서 ‘워케이션’(workation)이 뜨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곳에 머물면서 일을 병행하는 ‘지역 체류형’ 근무제도다.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무너지고,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흐름에 눈에 띄게 대응하는 곳이 강원도다. 김종은 대리가 참여한 프로그램도 강원도관광재단이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강원 워케이션 시범 프로그램’이다. ‘산으로 출근, 바다로 퇴근’을 주제로 평창과 고성에서 1명당 14만3천원으로 주중 3박4일 일정을 진행했는데 205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에게는 3박4일 동안의 숙박과 함께 공유사무실, 해당 지역 추천 관광 프로그램 안내, 관광지 입장권 등의 혜택이 제공됐다. 노동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서울에서 음식여행 기업을 운영 중인 강태안(54) 대표는 강원도 고성에서 진행된 워케이션에 참여한 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몇시간씩 일했는데 너무 좋았다. 화상회의 등 정보기술이 발달한 만큼 서울로 출근하지 않아도 현지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성과 위주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문화기획·도시재생 기업을 운영 중인 정은비(43) 대표도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일을 해보니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나 노동력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주위에 적극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창희 강원도관광재단 대리는 “상대적으로 근무 조건이 자유로운 정보기술(IT) 업계 쪽 직장인들이 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훨씬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층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앞서 강원도관광재단은 지난 3월 인터파크와 손잡고 ‘강원 워케이션 특화상품’을 기획한 바 있다. 이 상품은 출시 두달 만에 8238박이 판매되는 등 대박을 터뜨렸다. 덕분에 비수기로 꼽히는 주중 숙박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25% 이상 증가했다. 강원도관광재단은 지난달 12일 ‘강원도 워케이션 시즌2’를 선보였고, 불과 한달도 되지 않아 3703박(3일 현재)이 판매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_______
‘섬택근무?’ 전국이 워케이션 실험장 워케이션이 뉴노멀 시대 새로운 노동방식으로 주목받으면서 강원도를 넘어 전국에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경남에서 진행 중인 ‘섬택근무’도 눈길을 끈다. ‘경남의 살고 싶은 섬 1호’로 선정된 통영시 두미도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 5월10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섬택근무’는 말 그대로 섬에서 지내며 근무하는 것이다. ‘원격근무’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데 두미도에는 이미 8년 전 광케이블이 깔려서, 뭍에서와 다름없이 인터넷·스마트폰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공단은 두미도 북구마을의 옛 어민회관을 개조해 사무실 ‘스마트 워크센터’를 설치했고, 최대 10명까지 근무할 수 있다. 숙소는 사무실과 나란히 있는 경로당의 2층에 마련했다. 근무 인원과 기간은 사업 성격에 맞춰 달라지지만, 출장 형식의 근무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한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사회가치실현팀장은 “낙후한 섬을 지원하는 ‘1사1섬 운동’을 하는 기업은 많지만,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 이를 극복할 지속가능한 사업을 찾다가 섬택근무를 기획하게 됐다. 직원들의 반응은 좋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지난 1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서귀포 시내에서 진행 중인 워케이션 시범사업 ‘아일랜드 워크랩스’를 위해 조성한 공유사무실 모습. 제주도는 시범운영을 통해 사업을 보완한 뒤 내년부터 제주 전 지역으로 워케이션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도 제공
워케이션 지속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워케이션이 코로나19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향후 전 세계적으로 지속해서 성장할 분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 기반 신규 관광트렌드 및 사업 발굴’ 보고서(2021년 10월)를 보면, 소셜빅데이터 기반 예측분석 결과 국내외 모두 성장주기상 현재 도입기에 있고, 향후 5년간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또 한국관광공사의 ‘워케이션 실태조사 및 방한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2021년)를 보면, 한국의 기업 인사 담당자 63.4%가 워케이션에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61.5%는 업무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직무 만족도 증대 84.6%, 직원 삶의 질 개선 92.3%, 직원 복지 향상 98.0% 등 워케이션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워케이션 성망 전망치. 자료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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